장호순 교수(순천향대학교 신문방송학과)

필자가 사는 시골동네 근처 길목에도 최근 고급 커피전문점이 생겼다. 근처 계곡을 찾는 관광객과 등산객이 찾아오길 기대하고 차린 것 같다. 도회지도 아닌 면 소재지에 그것도 하나가 아닌 두 개의 커피숍이 생긴 걸 보면, 한국인의 커피사랑은 정말 세계 최고인 것 같다. 이젠 시골이나 산 속에서도 ‘아메리카노’나 ‘카페라테’를 마셔야 하는 시대이다. 그런데 시골 카페인데도 커피 값은 서울 한복판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의 가격과 차이가 없다. 점포 임대료는 도시의 1/10도 되지 않을텐데 말이다.

약 500미터의 거리를 두고 두 개의 커피숍이 있는데, 한 곳은 손님들이 드물지 않고, 다른 한 곳은 거의 늘 비어 있다. 그런데 장사가 잘되는 카페는 큰 길 가에서 조금 떨어져 찾아 가기도 불편하고, 주차하기도 쉽지 않은 곳이다. 시골집을 개조해서 차린 곳인데, 밖에서 보면 전혀 카페처럼 보이지 않는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불편한 곳만 개조한 시골집처럼 보인다. 마당 앞 작은 간판에 영어로 ‘cafe’라고 써있어 이곳이 카페임을 알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평일에도 주차장이 꽉 차있다.

반면 큰 길가 목좋은 곳에 자리를 잡은 또 다른 커피숍은 널찍한 매장에 고작 한 두 사람의 손님이 앉아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화려한 조명과 고급스러운 실내 장식은 도심의 카페와 전혀 다를 바가 없지만, 도시 카페처럼 줄서서 주문하는 손님들의 모습은 보이질 않는다. 탁 트인 전망과 널찍한 주차장을 갖춘 곳이지만 머지않아 ‘점포임대’ 광고가 걸리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비슷한 시기에 가까운 장소에 두 커피숍이 생겼는데, 찾기 힘들고 비좁은 곳이 손님이 많고, 목이 좋고 화려한 곳은 손님이 적은 이유는 무얼까? 커피 맛의 차이 때문일까? 그건 아닐 것이다. 30년 넘게 커피를 마셔온 필자의 경험으로는 정말 커피 맛이 월등한 커피전문점은 매우 드물다. 커피 맛이 그저 그런 커피전문점이 절반이고, 커피 맛이 별로 인 커피전문점이 그 나머지이다. 음식 맛집을 찾는 사람들은 많아도, 커피 맛집을 찾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시골 동네 두 카페의 차이는 커피 맛이 아니라 마케팅 방식에서 생긴 것이다. 장사가 잘 되는 카페는 다녀간 손님들의 인터넷 블로그를 통해 뜨는 카페가 되었다. 인터넷으로 카페 이름을 검색해 보니 예쁜 사진과 상세한 설명으로 카페를 홍보해주는 블로그가 여럿이다. 블로그를 보고 일부러 찾아가서 좋은 시간 보내고 왔다는 댓글도 달려있다. 반면 장사가 잘 안 되는 카페는 인터넷 상에서는 검색도 되지 않는 카페이다. 거리의 간판과 외관을 보고 지나가다 카페가 있는 걸 그제야 알고 들리는 고객이 대부분일 것이다.

과거 지역사회 상점들의 주된 성공요건은 점포의 위치였다. 교통이 불편하던 시절에는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좋은 위치를 차지해야 했다. 그러나 이제는 시대가 달라졌다. 지나가던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방식이 아니라, 고객이 있는 곳을 찾아가는 배달시대가 되었고, 멀리 사는 고객이 일부러 찾아가서 줄을 서며 기다리는 시대가 되었다. 모두 디지털 기술 덕분이다. 고객의 기호와 수요와 구매방식을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디지털 시대는 고객이 원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능력만 갖추면 위치에 상관없이 어느 곳에서나 성공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러나 지역사회의 자영업자 중 디지털 마케팅 기술을 적절히 활용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아직도 간판광고가 마케팅의 전부 다름없다. 신장개업 했다고 간판을 크게 달고, 축하화환과 화분으로 화려하게 시작하지만 몇 달 못가서 손님은 줄어들고 화분도 말라죽는 점포가 적지 않다. ‘5천만원으로 내집 마련’하고 ‘꿀수박이 5000원’이라는 길거리 현수막 광고처럼, 허위와 과장으로 고객을 끌어 모은 후 내빼는 한탕주의 마케팅도 여전히 지역사회에 성행하고 있다.

지역경제가 살아나려면 지역사회에도 디지털 마케팅이 정착되어야 한다. 지역소비자의 필요와 기호를 파악하고 상인들은 그에 맞는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역사회 상생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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