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환(전라남도 관광문화체육국장)

지난 8월, 내년도 5월에 시작하는 세계친환경디자인박람회 업무협의차 간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전시회를 둘러보게 되었다. ‘매, 난, 국, 죽 - 선비의 향기’ 전시전이었는데 4군자 중에서 유독 눈에 들어오는 작품이 있었다. 이정(李霆)의 작품 ‘풍죽도’다.

탄은 이정(1554~1626)은 조선 3대 묵죽화가로서 바람에 맞서는 강인한 대나무인 풍죽그림을 즐겨 그렸다. 풍죽도는 선비의 절개와 지조를 상징적으로 표현하면서 미감이 잘 드러난 명작이다.

우리 지역에서는 목포 성옥기념관에서 몽인 정학교(1832~1914)의 음영이 섬세한 대나무를 8곡 병풍 속에서 감상할 수 있다. 대나무는 선비에게만 소재감이 아니었다. 서민들 생활 속에서도 자리 잡았다. 광주리가 그것이다. 대나무를 재료로 하여 바닥은 둥글고 촘촘하게 엮고 옆면은 성기게 엮어 만들었다. 밥을 담아 걸어 두어 음식이 쉬지 않도록 하기도 하고 곡식을 담아 두기도 했다.


오늘 날 우리는 무어의 법칙(저장할 수 있는 데이터의 양이 18개월마다 2배씩 증가)처럼 디지털산업의 발전을 피할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런데 우리 생활을 편리하게 해 준 디지털 기기가 스트레스를 준다. DMC 미디어 조사에 따르면, 2014년도 한국인의 디지털 스트레스 지수는 52.6점(100점 만점)으로 2013년에 비해 0.6점 상승한 것으로 발표되었다. 또한 남성보다 여성이, 20대보다 30대 이상이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첨단 IT 기술 등 현대사회의 발전 속도를 부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 현대인들이 스마트폰을 두고 살아간다는 것은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다. 더불어 도시권 사람들은 빌딩숲 사이로 달리는 끝없는 자동차 행렬과 소음 등으로 만성피로에도 젖어 있다. 현대인들의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안은 무엇일까? 자연의 품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사실, 전남도내에는 산소 음이온이 많고 자연 항균물질인 피톤치드가 많은 화순 만연산 오방길, 장흥 편백숲, 장성 편백숲 등 삼림욕장 31개소, 치유의 숲 8개소, 휴양림 14개소 등 특화된 자연의 품이 있다. 이보다 더 좋은 것은 자연 속에서 명상하고, 체험하면서 웃는 것일 것이다. 자연 속에서 힐링체험이 가능하고 미소 짓게 하는 곳이 있다. 국내의 왕대, 송대, 죽순대, 조릿대, 갓대 등 156종의 대나무가 서식하는 곳, 담양 죽녹원 일대와 담양 세계대나무박람회장이 그 곳이다.

하루 125cm까지도 자라는 대나무는 생태적 가치와 함께 아미노산, 지방산, 무기성분을 다량 함유하여 중풍, 심장질환, 해열, 이뇨 등에 특효인 약리적 가치를 가진 대나무숲 말이다.

2,420ha(전국 면적의 34.3%)의 대나무 숲과, 303,228㎡의 부지에 죽녹원이 조성되어 힐링, 명상장소로 각광 받아온 곳에서 이번에는 세계박람회로 재미와 체험을 더한 것이다.

9월 17일부터 10월 31일까지 총 45일간 “대숲에서 찾은 녹색 미래”라는 주제의 박람회장에서는,  대나무숲 산책길, 전망대 관람 등으로 구성된 주제체험관, 대나무 생태와 옛 선인들의 삶 속에 투영된 대나무 등 주제전시관, 다양한 공연과 행사 등으로 짜여진 체험교육관이 선보인다. 중요 무형문화재 7인과 함께 전통부채, 낙죽체험 등 대나무 수공예 체험이 가능하고, 대통밥, 죽순요리 등 웰빙음식에 이르기까지 대나무를 소재로 한 모든 것을 보고, 만지고, 느끼고, 냄새 맡고, 맛볼 수 있다.

은은한 대나무 향이 피어나는 대통밥 위에 지역 명물 떡갈비를 얹어 웰빙식품인 죽순 요리와 함께 먹는 재미도 또 다른 힐링의 방법이다.

또한 연간 110억달러 규모의 15억명이 종사하는 산업적 가치, 관광적 가치까지 대나무에 대한 모든 것을 보여줄 난장인 것이다.

조상들의 이야기가 스며있는 대나무가 이제 힐링의 아이콘이 되었다. 도민들과 접객업소 종사자 모든 분들과 협심하여 힐링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세계대나무박람회를 통해 치유의 경험을 선사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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