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재록(소설가)

추월산은 담양을 대표하는 산이다. 그런데 담양을 대표하는 강은 없다. 아니다. 있는데 모두들 오랜 동안 그 이름과 존재를 잊고 살았다. 그 강이 백진강이다. 가마골 용소에서부터 광주 용전까지 100리에 이르는 물줄기가 백진강이며 영산강의 상류에 해당한다.

9월 14일, 21세기 담양의 문화예술을 견인해 나갈 ‘담빛예술창고’가 개관했다. 이번에 개관을 본 담빛예술창고는 한때 정부양곡을 보관하는 창고로 사용되었는데 담빛예술창고라는 이름으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향후 담양군은 담빛예술창고를 국제창작촌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한다. 이 방면에 관심이 많은 나로서는 설레고 기대된다.

이날 최형식 군수의 기념사 중에서 귀를 쫑긋케 하는 대목이 있었다. ‘백진강 르네상스’를 실현해 나가겠다는 대목이다. 최 군수가 이걸 주창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8월 24일, 광주국립박물관에서 열리는 ‘특별전 담양’ 개막식 때도 이걸 주창했다.

‘관방천(官防川)’은 우리 담양사람들에게 익숙하고 친근한 공간이다. 고향을 떠나 타지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추억1번지이기도 하다. 그런데 왜 관방천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을까? 그 대답은 아주 간명하다. 조선시대 성이성 부사 때 관(官)이 주도하여 축조했기 때문에 ‘관방제(官防提)’이고, 그 둑 위에 조성된 숲은 ‘관방제림(官防提林)’이며, 그 옆으로 흐르는 물줄기는 ‘관방천(官防川)’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마골 용소에서 발원하여 광주 용전에 이르는 담양의 대표적인 물줄기 전체를 관방천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이 물줄기는 백진강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굳이 구분을 하자면 담양읍 남산리 2구인 동정자마을에서부터 양각산 부근까지를 관방천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양각산에서 대나무시장 터 부근까지는 ‘수바래’다. 수바래는 ‘숲 아래’라는 뜻이다. 관방천이나 수바래는 백진강의 한 부분인 것이다.

우리는 오랜 동안 담양의 대표적인 강, 백진강의 이름을 잊고 지냈다. 백진강은 개교 100년이 넘는 담양동초등학교 교가에도 나와 있다.

최 군수는 최근 기회 있을 때마다 백진강 이야기를 한다. 정식 이름을 불러 주자고 한다. 시인 김춘수의 ‘꽃’이라는 시 한 대목이 생각난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이제라도 우리가 백진강이라는 이름을 불러준다면 그 강은 우리에게 다가와 아름다운 강이 될 것이다.

그런데 최 군수는 백진강의 이름을 되살려 내는 데서 더 나아가 ‘백진강 르네상스’를 실현하자고 주창한다. 르네상스는 유럽 문명사에서 14세기부터 16세기에 일어난 문예부흥운동을 말한다. 르네상스는 ‘절정기’나 ‘융성기’라는 의미도 담고 있는데, 일종의 시대적 정신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최 군수의 백진강 르네상스 주창은 단순히 문화예술의 진흥의 차원을 넘어 담양의 융성기를 만들어가기 위한 담양군민의 정신운동까지도 포함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2018년이면 담양이라는 지명을 쓰기 시작한 지 천 년이 된다. 이 새로운 천 년을 눈앞에 둔 즈음, 우리 담양에서는 유사 이래 처음으로 국제행사인 세계대나무박람회가 열리고 있다. 이 박람회가 백진강 르네상스의 출발점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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