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호순 교수(순천향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자업자득”이다. 지난 2월 23일 인권위원회 회의실에서 “지역시청자 권익과 유료방송 시장경쟁”이란 주제로 열린 토론회 중 나온 말이다. 현재 케이블TV 사업자들이 처한 어려운 현실을 묘사한 말이다. 최근 SKT가 국내 최대 케이블TV 사업자인 CJ헬로비전을 인수하겠다고 나서면서, 한 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던 지역 케이블TV가 이제는 사양길로 들어선 상황이고, 심지어는 그 종말을 예언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케이블TV는 위축되고 있지만, 유료방송시장 전체, 즉 케이블TV/위성방송/인터넷TV 시장은 계속 확장하고 있다. 2013년 12월말 기준으로 국내 유료방송 가입자수는 2,776만명으로 전년도에 비해 9.9%나 늘었다. 이는 KBS수신료 TV 등록대수인 2,250만대를 초과하는 숫자이다. 매출액 측면에서도 유료방송이 지상파 방송을 능가하고 있다. 2013년 KBS, MBC, SBS 등 지상파방송사업자의 매출액은 4조 4,738억원이었는데, 유료방송의 매출액은 5조 1,608억원이었다.

케이블TV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이유는 통신대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초고속통신망 덕분에 인터넷으로 TV수신이 가능해지면서, SKT, KT, LG 등 통신사업자들이 자연스레 유료방송에 진출했다. 올레TV, SK브로드밴드, LGU+ 등, 저렴한 가격과 휴대전화 결합상품으로 케이블TV 가입자들을 유인했다. 덕분에 IPTV 가입자 수는 2013년 말 기준으로 전년 대비 33%나 증가했다.

1995년 출범당시 케이블TV는 해당 지역의 독립된 독점적 방송기업으로 설계되었다. 정부는 각 지역마다 1개의 사업자만 선정해 영업을 할 수 있게 했다. 여러 지역에서 케이블TV를 복수소유하는 것도 허용하지 않고, 지역정보 채널을 의무화해서 지역매체로 기능하게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케이블TV는 지역방송매체의 기능보다는 독점기업의 기능에만 충실했다. 지역사회에 필요한  공익적 기능은 외면한 채,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수익창출에만 급급했다.

위성방송과 IPTV가 등장하면서 케이블TV의 독점적 지위가 위협을 받자, 정부는 케이블TV의 복수소유, 즉 계열화를 허용해서 대기업과 경쟁할 수 있게 했다. 그 결과 CJ 헬로비전, TBROAD등 5개의 복수 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가 전체 케이블TV 가입자의 88.6%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MSO 역시 지역시청자 권익이나 지역사회와의 유대는 도외시했다. 오히려 더욱 수익창출에만 매달렸다.

케이블TV는 지역주민들로부터 수신료 거두어, 그 중 일부를 프로그램공급자에게 채널 전송료로 지불하고 남는 것을 주된 수익으로 챙긴다. 전체 매출 중 지역 가입자 수신료가 70%를 차지한다. 그 다음 큰 비중이 15%를 차지하는 홈쇼핑 송출료이다. 홈쇼핑 채널은 일반채널과 달리, 케이블TV가 채널 사용자로부터 돈을 받는다. 홈쇼핑 채널의 매출액이 높으면 높을수록 받는 금액도 올라간다. 모든 케이블TV가 6번, 8번, 10번 등 지상파 채널 사이에 홈쇼핑 채널을 배치하는 이유이다. 대신 방송법에 따라 의무적으로 제공해야하는 사회복지채널이나, 과학문화채널은 500번이나 600번대에 밀려나 있다.

최근 한국지역언론학회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발표자나 토론자 모두 큰 이견이 없었다. 대기업이 유선방송시장에 진출하면서 지역시청자의 권익은 더욱 침해를 받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지금도 부실한 지역채널은 더욱 부실해 질 것이고, 종사자의 인력도 더욱 줄어들 것이다. 정규직 일자리는 사라지고 비정규직이나 하청업체에게 방송업무를 맡길 것이다. 채널편성 등 중요한 결정은 서울 본부에서 내리고, 지역가입자들이 매달 꼬박꼬박 내는 수신료는 서울본사 대기업의 계좌로 들어간다.

케이블TV마저도 대기업이 지배하게 되면, 지역 시청자의 권익이나 지역방송의 공익성은 더욱 외면당할터 임에도, 어느 지역에서도 문제제기를 하지 않고 있다. 아마도 남의 지역 방송을 보는데 너무 익숙한 탓인 것 같다. 한국인 하루 평균 3시간 넘게 TV를 보지만, 대부분 남의 지역에서 만든, 남의 지역에 관한 것이다. 한달 평균 13,000원의 유료방송 수신료를 내지만, 대부분 남의 지역 금고로 들어간다. 재래상인을 몰아내고 지역의 유통시장을 장악한 대형마트는 그래도 고용효과라도 있다고 하지만, 케이블TV의 대기업 장악은 그마저도 기대할 수 없다.

그런데도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지역사회에 없다. 그 동안 케이블TV가 지역사회를 무시해온 결과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지역주민과 지역사회가 공동의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 이제라도 지역사회가 나서서 지역시청자의 권익을 지켜낼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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