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호순 교수(순천향대학교 신문방송학과)

프로바둑 기사 이세돌과 <알파고>라는 슈퍼 컴퓨터가 바둑시합을 벌이면서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높아졌다. 애초의 예상을 깨고 <알파고>가 이세돌 9단에게 압승을 거두자, 인공지능에 대한 호기심은 일순 두려움으로 바뀌었다. 컴퓨터가 인간을 지배하는 시대가 공상과학 영화 속의 가상현실이 아니라, 바로 우리 눈앞의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현재 펼쳐지는 인공지능의 시대는 크게 두 가지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나는 인간의 두뇌보다 우월한 능력을 가진 슈퍼 컴퓨터의 등장이다. 지금까지의 컴퓨터는 인간이 입력하고 명령한 기능만을 수행해 왔지만, 인공지능 시대의 컴퓨터는 스스로 알아서 새로운 기능을 수행한다. 기존의 컴퓨터에게는 없는 창의력도 갖추게 된다. 이미 정보의 수집, 비교, 계산, 정렬 등에서 인간보다 훨씬 탁월한 컴퓨터에게 창의력까지 주어진다면, 컴퓨터가 인간을 지배하는 것은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다.

인공지능 시대의 또 다른 양상은 사람이 하는 일을 대체하는 로봇의 보편화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접해온 로봇은 상상과 현실이 일치하지 않았다. 로봇의 사전적 정의는 “컴퓨터에 의해 작동되는 전자 기계장치”이지만, 보통사람들이 생각하는 로봇은 사람처럼 생긴 기계이다. 1970년대 인기만화 <로보트 태권브이>나 1980년대 미국 영화 <스타워즈>로 인해 우리 머릿 속에 남은 잔상이다. 로봇은 사람이 하는 일을 대신하지만 굳이 사람의 모습을 가질 필요가 없다. 현재의 로봇은 주로 기업의 생산현장에서 부품의 조립과 이동 등 인간이 명령하는 단순 반복 작업에 주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인공지능 시대에는 슈퍼 컴퓨터를 장착한 로봇이 거의 모든 제조업 생산공정에 투입되고, 교통과 여가 등 일상생활에도 로봇의 사용이 일반화 될 전망이다. 이미 일본에서는 노인들의 거동을 돕는 로봇이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현재 전 세계에서 경쟁적으로 만들고 있는 로봇은 드론(무인항공기)과 무인자동차이다. 드론은 이미 대중화될 정도로 보급되었고, 무인자동차도 멀지 않아 상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을 통해 기업들은 인건비를 절약할 수 있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소비자 만족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검색 사업자인 구글이 무인자동차 개발에 성공만 한다면 기존의 자동차 사업자들을 몰아내고 순식간에 세계 최대의 자동차 생산 사업자가 될 수 있다. 무인항공기인 드론은 미국의 인터넷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수년전부터 역점을 두고 투자한 분야인데, 소비자들이 주문한 상품을 드론을 통해 배달하면, 배달비용과 소요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의 시대에는 인간이 해야 했던 힘들고 위험한 일을 기계들이 대체해 줄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면, 물고기를 잡기 위해 먼 바다에 나가 높은 파도와 싸우며 사투를 벌일 위험이 줄어든다. 위성어군탐지와 무선항법장치를 갖춘 로봇 어선이 물고기를 잡아오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석탄이나 광물 채취를 위해 광부들이 생명을 무릎쓰고 수백미터 땅속에 들어갈 필요도 없다. 농부들의 땀도 필요하지 않은 시대가 된다. 손으로 모를 내고 낫으로 벼를 베던 시절이 사라진 것처럼, 이앙기와 콤바인을 조작하는 농부도 필요없게 된다. 각 지역의 토양과 기후에 맞는 작물을 컴퓨터가 선택해 파종하고, 일조량과 토양수분의 수치를 측정하여 자동적으로 로봇농사꾼이 투입된다.

현재 전 세계를 위협하고 있는 전쟁과 테러의 위협도 컴퓨터로 완화하고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슈퍼컴퓨터를 통해 적국의 군사동향을 그야말로 일거수 일투족 감시하고 예측 가능한 시대가 되면, 무모하게 전쟁을 일으킬 나라가 줄어들게 된다. 군중 속에 숨어 있는 테러리스트의 색출도 가능해진다. 슈퍼컴퓨터의 안면인식 기술이나 심리파악 프로그램 등으로 테러리스트나 범죄자의 정확한 식별이 가능해지면, 그만큼 국가안보나 사회적으로 위험한 사람들을 골라내어 격리하기가 쉬워진다.

그러나 인공지능의 시대는 편리함과 더불어 엄청난 부작용도 함께 가져올 것이다. 우선 현재의 많은 직업들이 사라지면서 대량실업과 빈부격차의 심화로 사회적 불안이 야기될 수 있다. 인간의 행동은 물론이고 감정마저 컴퓨터에 기록되고 관측되면서,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지키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인공지능 시대의 부작용에 대해서는 다음 칼럼에서 다루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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