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수결정에 정부·농민·농협 입장차만 커져

 

정부가 농가에 지불했던 2016년도 공공비축미 우선지급금을 사상 처음 환수하기로 한 가운데 곡성에서 1억8992만원, 담양에서 1억9398만원이 환수 대상이어서 농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 정부 “우선지급금 차액 환수 불가피”
 
우선지급금은 정부가 시중 쌀값을 안정시키고자 수확기에 농가로부터 공공비축미나 시장격리곡을 매입하면서 8월 시점 임시가격을 기준으로 미리 지급하는 대금이다.

따라서 연말에 최종 쌀값이 정해지면 농가에 차액을 추가로 주거나 환수하는데 정부가 농가에 이미 준 우선지급금을 돌려받는 것은 2005년 이 제도를 시행한 후 처음 있는 일이다.

우선지급금은 지난해 8월 1등급 40㎏ 포대 기준으로 4만5000원이었다. 이는 당시 산지 쌀값 93% 수준이었다. 그러나 쌀값이 폭락하면서 실제 매입가격이 4만4140원으로 확정됐고 이에 정부는 포대당 차액인 860원을 환수하기로 했다.

등급별 차액은 40㎏ 포대 벼 기준으로 특등급은 890원, 2등급은 820원, 3등급은 730원이다.

환수 대상은 정부와 2016년 공공비축미곡 및 시장격리곡 매입 계약을 체결한 전국 25만여 농가다.
환수 규모는 공공비축미 107억7000만원, 시장격리곡 89억5000만원 등 197억2000만원으로 추산된다.

곡성은 2664농가에 99억3193만원이 우선지급 됐고 이중 1억8992만원을 반납해야 하고 담양은 2265농가에 101억3606만원이 우선 지급됐다. 환수액은 1억9398만원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지자체와 농가별 매입 실적을 기준으로 농가별 환수액을 확정하고 농협을 통해 우선지급금을 환수할 계획이다.

또 시·도별 공공비축미 물량을 배정할 때 우선지급금 환수율을 반영하고 2017년 공공비축미 매입 요령에 우선지급금 미환수 농가에 대한 매입 참여 제한 규정을 신설할 방침이다.

 

◇ 우선지급금 환수 절차 ‘시작됐다’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에서 농협 각 도 지역본부 양곡담당자, 시·군 농정지원단 등 직원을 대상으로 ‘우선지급금 환수 절차를 위한 교육’이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농식품부와 농협경제지주 양곡부가 공동 제작한 이날 교육 자료에는 △10일 농가별 매입 실적 및 환수금액 확정 △13일 (시군청, 시군지부) 홍보용 리플릿 보급 △15일 약정 체결 사무소별 대표 계좌 등록(변동직불금 지급 시 자동이체 신청서 접수) △22일 환수 관련 전산 개발 완료 △24일 농가별 환수금액 우편 안내 △3월 10일 변동직불금 지급(예정)·자동이체 및 현금 납부 등 우선지급금 환수 추진 일정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다.

농식품부는 “과다 지급된 금액을 환수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절차 강행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농가들이 ‘차액이 발생하면 농협이 농업인으로부터 환수한다’고 명시된 공공비축 계약서에 서명한 것이 그 근거다.

농가가 환수금액을 납부하는 방법은 세 가지다.
농민이 고지서를 가지고 지역농협에 가서 직접 내거나 지역농협이나 지자체 직원이 각 마을을 방문할 때 내는 방법도 있다. 곧 지불될 변동직불금에서 상계하는 방법도 있다. 변동직불금에서 환수금액을 공제하려면 해당 농가는 자동이체 동의서에 서명한 뒤 이를 지역농협에 제출해야 한다.

 

◇ 우선지급금 환수과정 뒷말 무성하다.

정부가 농민들의 거센 반발에도 환수절차를 강행하는 상황에서 환수절차를 진행하는 과정 또한 적지 않은 예산이 수반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환수금액과 납부방법 등이 담긴 우선지급금 환수안내서와 변동직불금 안내장을 농가들에게 발송한다는 계획이다.

발송은 해당농가들의 접수를 확인하기 위해 등기우편으로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등기우편 비용이 소요된다. 실제로 등기우편 요금의 최소금액인 1900원(5g, 규격)으로 계산해도 담양의 경우 430만3500원, 곡성은 505만1600원에 달하고 있다.

그 외 전달될 내용물의 제작과정과 출판과정 등을 감안하면 투입된 소요금액도 적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환수절차를 진행하기 위해 전남도와 지자체, 농협 등 각종 행정비용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처럼 쌀값하락으로 농가들의 피해가 크고 환수절차를 위해 추가예산이 투입되는 상황에서 환수절차를 강행할 필요성이 있냐는 의견에 대해 관련기관에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임을 강변한다.
환수절차가 이행되지 않을 경우 공공비축의 시가매입을 원칙으로 하는 WTO 규정과 양곡관리법의 저촉을 받는다는 입장이다.

자칫 WTO 규정에 저촉돼 WTO와의 협의한 농업보조총액이 하락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이는 농가들의 피해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다.

 

◇ 농민 반발 “환수 거부운동 나설 것”

농민회를 비롯 한농연 등 농민단체들은 정부가 쌀값 폭락에 따른 농가소득 감소 대책을 마련해도 모자랄 판에 우선지급금 환수에만 급급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농민들은 쌀값이 대폭락하는 상황을 우려해 정부에 대책을 요구해왔지만 정부가 10월 초 발표한 대책이라곤 실패한 정책 반복이었다”며 “무분별한 쌀 수입과 안일한 대응 등 정부의 양곡 정책이 총체적으로 실패해 쌀값 대폭락 원인이 됐고 사상 초유의 공공비축미 우선지급금 환수 사태를 불러왔다”고 주장했다.

 

◇ 정부-농가 사이에 낀 농협

정부로부터 공공비축미와 시장격리곡 매입 사업을 수탁한 농협은 난감해하고 있다.

실제 공공비축미 매입 계약 당사자는 농협중앙회·지역조합과 농민이다. 정부는 매입 대행 계약을 맺은 농협중앙회 등에 위탁 수수료를 지불하기 때문에 환수 절차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농협 관계자는 “정부와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농협이 환수에 나설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중앙회와 조합이 상계할 경우 결국 그 손실이 조합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종대 記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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