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연(한국예총담양지회 사무국장)

창작뮤지컬 ‘백진강 - 흰여울 이야기’를 관람한지 열흘이 지났다. 그런데 그때 받았던 감동의 여운이 아직 내 가슴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이 뮤지컬을 관람한 사람들 또한 이구동성으로 가슴 뭉클한 감동을 받았다고 말한다.

나는 여러 관람객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 나름으로 정리를 해 보았다. 먼저 이번 공연은 우리 담양의 소설가 설재록 씨가 담양의 백진강과 동정마을을 배경으로 쓴 소설을 서울의 연극단체에서 뮤지컬로 재구성하여 우리 지역에 와서 초연을 하였다는 데 그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한 마디로 이번 공연은 우리 담양의 문화적 위상을 한 단계 격상시켰으며, 담양사람들의 긍지와 자존심을 높여준 문화적 사건이라고 말할 수 있다. 최형식 군수는 이번 공연에 대해 ‘담양문화의 기념비적 사건이다’고 말했다 한다. 담양 작가, 담양 배경, 담양 공연의 창작뮤지컬은 담양 유사 이래 처음 있는 일이었다는 것이다.

광주에서 왔다는 어느 여성관객은 담양군청 홈페이지에 이런 글을 올렸다. 이분이 쓴 글의 내용은 내가 느낀바 그대로여서 마치 내 생각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 그 글의 한 부분을 소개하고자 한다. 

‘저는 뮤지컬 관람을 자주 하는 편이고 꼭 보고 싶은 뮤지컬은 서울까지 가서 관람하기도 합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백진강 - 흰 여울 이야기>를 관람하기 위해 지인 몇 사람과 담양으로 향할 때까지만 해도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습니다. 광주도 아니고 군 단위에서 하는 공연이라서 그런 건방진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공연이 진행되는 내내 저는 놀라움과 감동을 금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클라이막스 부분에서 쏟아지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습니다. 작품 수준은 서울에 내 놓아도 손색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등장인물들은 노래와 춤, 그리고 연극을 통해 자신들의 희로애락을 아주 호소력 있게 표현하면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조명이나 음향도 최고의 수준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공연을 보고 나서 대도시가 아닌 소도시에서도 얼마든지 훌륭한 무대공연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설재록 작가님이 원작을 써 주셨고, 군수님과 공직자들은 아낌없는 지원과 성원을 보내주신 덕분에 격조 있는 문화의 혜택을 누리게 된 담양사람들이 부러웠습니다. 공연을 보고 사흘이 지났지만 지금도 그때의 감동이, 제 마음이 그때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용이 되는 것을 포기하고 바우와 동정자마을 사람들을 위해 목숨까지 버리는 여울이의 사랑은 참으로 서글프고도 아름다웠습니다. 그리고 여울이의 주검을 앞에 두고 통곡하는 바우의 절규를 들으면서 함께 울었습니다. 정말 흠잡을 데 없는 명작이었습니다.’ 

이 뮤지컬은 사흘 동안 공연되었는데 나는 내가 마치 원작자나 뮤지컬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약간은 흥분된 감정으로 보냈다. 공연을 보고 또 보았다. 원작자인 설재록 소설가 역시 매회 공연을 다 본 것으로 아는데 공연이 끝난 다음에는 항상 눈시울이 젖어 있었다. 자신이 쓴 글이지만 감동을 받아 매번 울었던 것이다. 이런 순수한 열정을 갖고 있어서 그런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어낸 모양이다.

그런데 아쉬움도 적지 않았다. 매회 객석이 가득 찼더라면 하는 아쉬움이다. 학교 다닐 때 연극의 3요소는 희곡, 배우, 관객이라고 배웠다. 작가가 희곡을 쓰고, 배우들이 연극을 만들었는데 관객이 없다면, 이는 경제적으로 볼 때 공급은 있는데 수요가 없는 것과 같다. 이렇게 되었을 때 결과는 불을 보듯 훤하다. 그런 토양 속에서 예술과 문화는 뿌리내리지 못하고 고사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창작뮤지컬 ‘백진강 - 흰여울 이야기’을 통해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군단위라는 척박한 환경에서 창작뮤지컬 백진강이 기폭제가 되어 제2, 제3의 담양다움이 깃든 문화예술 작품을 보다 더 많이, 그리고 더 자주 볼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의 박수와 환호와 응원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다시 한 번 좋은 공연을 관람할 수 있도록 애써 준 많은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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