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규 현(담양군의회 부의장)

▲ 작센주 정부 청사에서 작센주의 농업정책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나와서 기념촬영(사진 맨 뒷줄 왼쪽이 필자)


우연한 기회에 페이스북과 오마이뉴스에서 접한 독일농업에 대한 소개 글을 읽으며 행간의 의미까지 느껴보려 노력했지만 마음 속 깊은 갈증을 해소할 수는 없었다. 현장에서 직접 느끼며 배우고 싶었다. 간절한 소망이 전달되었음인지 다행히 의미 있는 농업연수를 진행하는 대산농촌재단의 2017 해외농업연수단의 일원으로 선정되었다.

과연 대산농촌재단의 연수는 달랐다. 철저하게 현장을 중심으로 일선 농민들과의 만남, 다양한 농업경영의 현장을 보면서 더불어 농업정책 당국자와의 대화까지 EU의 농업정책을 제대로 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었다.

게다가 함께 연수를 다녀온 일행들끼리 조별토의와 전체토의 등 다양한 방식으로 서로 느낀 점들을 공유하면서 우리 농업, 농촌의 미래를 위한 고민들을 나누고 이를 사후 워크샵까지 이어가면서 향후 우리 농업, 농촌을 위한 네트워크의 구축까지 이르게 하였다.

이에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배우는 지속가능한 농업, 미래가 있는 농촌을 소개하여 우리 지역에도 꿈과 희망의 싹을 키워보고자 한다.


Ⅰ. 독일의 농업정책과 작센주 정부의 농업정책 사례


1. 독일의 농업과 정책에 대한 개괄적인 소개


독일은 16개의 주로 구성된 연방공화국이다. 인구는 8,000만 명 정도이며 면적은 한반도의 1.6배 정도이다. 수많은 영주 국가가 지방 분권 전통과 지방고유의 문화를 육성하며 발전해 온 결과 정치는 연방공화제를 정부는 내각책임제를 택하고 있다.

독일에서 농림수산업이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06년 기준으로 약 0.9%에 불과하다. 농업용 토지의 면적은 국토의 1/2로 경작지가 32.1%, 초지가 14.7%를 차지한다. 농업인구는 전 독일 경제활동인구의 2.8%이다.

독일의 농업은 유럽연합의 농업정책과 직결되어 있다. 그 동안 농업보조정책이 지나쳐 잉여농산물이 많아 문제가 되었다. 이러한 결과 농산물 생산기능 외에 생태계 보전과 휴양공간으로서의 기능이 강조되고 있다. 농업에 대한 보조금을 많이 지원하고 있지만 농가소득이 낮은 관계로 농가 총수의 50% 정도가 부업을 하여 소득을 올리고 있다.

실제로 알프스 지역의 농민들은 1ha(3,000평)에 소 1마리를 키우는데 우유가격이 불과 300원대라고 한다. 물 값보다 더 싸기 때문에 뼈골빠지게 농사지어도 소득을 올릴 수가 없다. 하지만 유럽연합과 독일정부는 농민들이 농촌을 떠나지 않도록 보조금을 지원해 주고 있다.

독일정부는 1954년에 농업기본계획인 Green Plan(녹색계획)을 수립한 이후 농업과 농촌의 중요성에 대해 대국민 홍보를 해오고 있다. “농업, 우리는 살기 위해 그것이 필요하다!”라는 제목의 책은 농업이 얼마나 많은 역할을 하고 있는지 국민에게 홍보하기 위해 제작된 것이다.

이와 함께 대국민 식생활 개선을 위하여 국민들의 소비패턴을 유도하는 지침이 있는데 첫째, 제 철 음식을 먹을 것, 둘째, 인근 지역에서 생산된 것을 먹을 것, 셋째, 과대포장한 것을 먹지 말 것이 바로 그것이다. 환경부담과 비용 발생을 줄이고 보다 알차고 적정한 가격에 건강한 먹거리를 먹도록 하자는 것이다.

어떻든 1954년에 독일 의회에서 제정된 농업에 대한 정책의 4가지 기본목표는 다음과 같다.

첫째, 농민도 일반 국민과 동등한 삶의 질을 공유하며 발전에 참여해야 한다.

둘째, 농민은 일반 국민에게 건강한 식품을 적정한 가격에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한다.

셋째, 농업을 통해서 국제 식량문제 해결 및 국제농업교역에 이바지한다.

넷째, 농업을 통해 자연 및 문화경관을 보존하고 다양한 동식물상을 보존한다.

이러한 원칙이 제정된 이후 70년이 다 되도록 정책의 기조가 변하지 않고 지속되어 오고 있다는데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우리나라는 전 국민의 50% 이상이 농촌에 산다’는 것을 자랑하는 나라가 바로 독일이라니 놀랍기만 하다. 독일의 헌법에는 일정 면적에 일정 정도의 인구밀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고 한다. 우리처럼 수도권 집중화 또는 대도시 집중화가 아니라 골고루 지역발전을 유지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2. 작센주의 농업정책담당자와의 대화


독일의 농업정책을 이해하기 위해 작센주 정부의 농촌정책부장 알폰스 웹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그는 농업지원과 농업정책 담당, 보조금 등을 담당하고 있다고 한다.

독일의 농업정책은 유럽연합에서 거의 정책을 다 결정하는데 독일이 주도권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특이한 것은 기본적으로 농업정책이 결정되면 7년간 시행한다. 또한 한번 결정되면 그 기간 동안에는 정책이 바뀌지 않는다고 한다. 다시 새로 바뀌어도 대폭 바뀌는 것은 없다고 하니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해나가고 있는 것이 우리와는 완전 다르다.

독일에서는 모든 사람에게 평등한 혜택이 가도록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한다. 우리의 경우 잘 사는 농가에 대해서 더 지원이 되는 실정이지만 독일에서는 균형을 맞추는 보조금 집행방식이라니 온 국민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는 독일의 정치인과 행정당국의 노력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이와 함께 국제교역에 기여하는 것도 하나의 큰 목적이 되는데 유럽연합이 관여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라 한다. 활발한 교역은 서로 필요한 것들과 부족한 것들을 나누는 것이기에 힘의 논리에 의한 밀어붙이기식이 아닌 공정무역 방식을 추구하고자 하는 것이다.

현재 이곳의 농업은 가축이 아주 주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생산과잉으로 인해 문제가 심각하다. 특히 우유 가격 등이 하락하여 농가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게다가 무역장벽(WTO) 때문에 애로가 많다. 현재 약 40% 정도가 잉여농산물이다. 러시아와 중국에 수출하며 이를 처리하고 있지만 여전히 한계가 있다.

작센주의 현황을 간단히 보면 인구는 400만이며 그 중 농업인구는 3만 6천 정도이다. 토지는 184만 ha에 인구밀도는 225/㎢로 우리나라의 절반 정도 수준이다. 작센주 전체 면적의 55%가 농지인데 우리의 경우 17%가 농지라고 한다. 100ha 당 먹여 살려야 할 국민의 수는 작센주가 300명 정도인데 비해 한국은 3000명 이상이나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농업에 대한 대우가 매우 빈약한 실정이다. 전체 농지의 80%가 밭이며 겨울보리, 겨울 밀, 유채, 감자 등을 재배한다. 20%는 경작하지 않는 영구초지이다.

작센주의 보조금 지급을 보면 평균적으로 ha 당 250유로 정도이지만 이는 필지별로 다르고 필지에 따라 배 이상 차이 나게 보조금이 지급되기도 한다. 한편 이곳에서는 보조금의 부당 사용에 대해서는 엄벌을 한단다. 보조금이 제대로 지급되고 사용조건에 따라 시행되고 있는지 심지어는 인공위성을 통해서 감시하기도 한다.

작센주에서 농업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유럽연합의 예산을 배분받아 진행하는데 유럽연합의 총예산은 1400억 유로로 이 중 농업에 31%가, 농촌지역 개발에 8%가 지원된다. 작센주는 농업보조금을 농업환경정책에 21%, 시설투자 17%, 마을가꾸기 15%, 조건불리지역 12%, LEADER 프로그램에 12%, 유기농전환에 11%를 지원한다. 

1960년대까지는 식량증산이 목표이어서 식량 증산의 관점에서 보조금을 많이 지원했지만 현재는 환경보존에 더 목표를 두고 있는 농업의 다원성을 강조하며 지원해주고 있다. 이러한 사례의 하나가 농약사용은 반드시 처방전이 있어야 하며 농약구매영수증은 9년간 보관하는 것을 의무로 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농민으로 인정받으려면 다음의 세 가지를 갖춰야 한다. 먼저 자가농을 근간으로 하는 농가적인 농업으로 곧 소농이어야 하며, 환경친화적 농업을 해야 하고 경영체로 등록되어야 한다. 기업농은 사업자로 인정하고 과세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전업농, 기업농화 정책과는 완전 대조적이다.

어떻든 농업경영에 있어서도 자연순환형 농업을 강조하며 자가소비적 농업구조의 틀을 유지시켜 내고 있다. 예를 들면 자가 사육한 축산 분뇨를 처리할 수 있는 농지를 보유한 만큼만 영농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참고로 보통 1ha에 1마리의 젖소를 사육하도록 하고 있다.

작센주 전체 산업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에 불과하다. 그러기에 이럼에도 왜 농업에 지원하느냐는 주민들의 의견이 상당히 있다. 하지만 주에 거주하는 국민들에게 농업의 가치와 농업에 대한 지원의 필요성을 꾸준히 홍보하고 교육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센주에서의 농업, 농촌문제도 좋은 상황은 아니다. 현재 작센주에서 나타나는 현상은 1) 좋은 일자리가 없다. 2) 고령화 되고 있다. 3) 의료, 교육 등이 갈수록 열악해지는 것 등이다.

이에 대한 해결 대책으로 1) 일자리 창출을 위해 농촌 휴양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농가민박 등 요즘 우리나라의 개념으로 보면 6차산업화를 진행하는 것이다. 어떻든 지속가능한 농업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 이와 함께 청년들의 도시 이탈을 막기 위해 마을단위 프로그램을 가동하여 진행하고 있다. 공산주의 시절에는 이농에 대한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통일이 되었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독재를 휘두를 수는 없는 상황이다. 어떻든 유럽연합에서는 리더프로그램 등 마을단위의 활성화를 위한 프로그램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 이를 잘 활용하여 청년들의 이탈을 막고자 노력하고 있다.

실제 통계를 보면 7년 동안 농촌개발 위해 작센주에 투입된 예산 1139만 유로인데 이 중 리더프로그램에 455만 유로가 투입되었다는 것만 봐도 청년들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이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다.  

어떻든 현재 작센주 농업정책의 기본 목표는 1) 매력적인 농촌 사람이 살 만한 농촌을 만드는 것이며, 2) 다양한 동식물상을 갖춘 곳, 3) 경쟁력 있는 농업, 4) 건강하고 품질 좋은 농산물을 생산하는 것이다.

이전에 공산주의 국가였던 지역이라 전체적으로 소득에 많은 애로가 있지만 협동조합 방식 등을 통해 극복해 나가고 있는 구 동독지역의 대표적인 작센주의 농업정책을 보면서 우리 농업의 현실과 대비되는 모습에 많은 것을 느끼게 된다.

우리나라의 농업을 보면 자치단체의 재정적인 한계로 인해 중앙정부의 예산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다보니 중앙정부가 계획하는 농정으로 편입될 뿐 지역농정은 제대로 자리매김 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독일에서는 주정부 마다 독자적인 농업정책을 펼치며 모든 농민이 농촌을 떠나지 않고 지속적으로 영농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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