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락(곡성군 보건의료원장)

산이 높고 골이 깊어 맑고 깨끗한 섬진강과 대황강이 있는 곡성군에 제가 처음 근무할 때가 1990년대 후반이었습니다. 과거 우리나라는 비위생적인 생활환경으로 토양매개성 기생충인 회충, 편충 등의 기생충 감염률이 아주 높았습니다. 범국가적인 기생충관리사업과 위생환경의 개선, 국민소득의 증대로 감염률이 급속히 감소되어 이 시기에 이르러서 더 이상 중요시하지 않게 되었으며 기생충퇴치사업도 어느 정도 마무리되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도 섬진강 주변 마을의 기생충을 조사한 사례를 보면 간흡충이 매우 높은 감염률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조선대학교 의과대학 기생충학교실과 예방의학교실의 협조를 얻어 곡성군의 간흡충 표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주민의 몇%가 간흡충에 걸렸는지를 조사한 겁니다. 그 결과 19.9%라는 매우 높은 감염률을 기록했습니다. 그때의 인구수로 보면 주민 8,000명이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강변마을 중 주민의 절반이 감염된 마을도 있어 지역사회와 학계를 크게 놀라게 했습니다.

간흡충 질환은 현재 우리나라의 기생충성 질환 중 가장 흔한 질환이고 전체 장내 기생충 환자의 약 80%를 점유하고 있으며 담관 내 결석과 함께 담관 암종의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보건의료원에서는 간흡충 퇴치사업을 근 이십년간 지속적으로 수행하고 있으며, 해마다 감염률이 서서히 줄어들다가 급기야 올해 들어 주민 1,222명을 검사한 결과 2.9%의 감염률을 보여 중기목표인 3% 이하로 나타났습니다.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보건의료원으로서 주민의 건강수준이 개선된 것을 매우 흐뭇하게 생각합니다만 아직 만족할 때가 아닙니다. 감염률이 최소한으로 줄어들 때까지 계속 간흡충 퇴치사업을 진행하겠습니다.

이렇게 간흡충 감염이 지속되는 원인은 당연히 민물고기를 생식하는 사람이 아직도 많이 있다는 것을 말합니다. 최근에는 프라지콴텔이라는 좋은 약을 믿고 일 년에 한 번 약을 먹으면 되지 않느냐고 민물고기를 생식하는 사람도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간흡충은 사람 몸으로 들어오면 4주 만에 성충으로 자라고 담관에 기생하면서 담관염을 일으킵니다. 일 년 내내 간흡충에 시달리다 심하면 담관이 경화되고 암으로 발전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민물고기를 먹기 전에 예방으로 약을 먹는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 약은 성충에만 효과가 있기 때문에 예방효과는 없다는 것을 아셔야 합니다. 건강을 위해서는 민물고기의 생식을 금하고 익혀 먹어야 안전합니다. 또한 민물고기 조리 시 음식, 식기, 취급자의 손에 의한 오염으로 감염이 될 수도 있습니다. 나는 민물고기 생식을 한 적이 없는데도 간흡충에 걸렸다고 하소연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민물고기를 조리한 후에는 식기, 도마 등을 깨끗이 씻고 뜨거운 물로 소독해야 안전합니다.

민물고기 생식 경험이 있는 사람과 술을 자주 마시는 사람, 기생충 감염 자각증세를 느끼고 있는 사람, 강변 주변 거주자로 민물고기 접촉이 빈번한 사람과 민물고기 조리 판매를 전문으로 하는 위생업소 종사자, 과거 간흡충에 걸린 경험자 등은 간흡충 검사를 받으시고 양성으로 나올 경우 반드시 약물치료를 받으셔야 합니다. 간흡충은 치료하지 않을 경우 사람몸속에서 20~30년 정도까지 생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발암물질로까지 확인이 된 간흡충을 퇴치하여 건강한 생활을 누리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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