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현(자유기고가, 곡성군 오곡면 출신)

 

익히 알려진 국제 뉴스. 2016년 스위스에서 모든 성인에게 월 300만원의 국민 기본소득을 보장해주는 정책을 입안하여 국민들에게 찬반 의견을 물었는데 무려 77%가 반대하였다. 국가의 주요 복지정책을 정치인들끼리만 숙덕숙덕거리지 않고 전 국민의 의견을 구해보고자 대국민 투표에 부치는 ‘스위스 식 열린 민주주의’도 부러웠지만 77%나 반대를 표한 스위스 인들의 의식수준도 부러웠었던 기억이 난다.

“유토피아적 허상이에요. 아무 일도 하지 않는데 월 300만원씩 돈을 준다면 분명 게으르고 나태해집니다. 세금 증대도 피할 수 없을 텐데 그 짐은 고스란히 후대에 지워지잖아요. 당장 우리세대가 이득을 보겠다고 후손들을 괴롭게 만들고 싶지는 않아요.”

아! 이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인가? 만약 한국이었다면 절대 다수가 찬성하지 않았을까 싶다. 찬반토론회와 공청회를 거치면 거칠수록 찬성 의견이 많아질 거라 기대했던 정책 입안자들도- 현재보다는 미래의 스위스를 걱정해 준 반대론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이해한다는 성명을 내놓았다. 나와 다른 상대방의 의견도 경청하고 존중할 줄 아는 자세, 그리고 지금 당장의 이익보다는 미래 후손들의 삶도 중시할 줄 아는 스위스 국민들의 의식. 이래서 스위스가 선진국이 아닌가 싶다.

2018년 3월, 캐나다 퀘백 주 의사들은 본인들의 급여를 인상해주겠다는데도 반대를 하고 있다. 퀘백 주 보건복지부와 의료노조가 지역 내 1만 명의 의사 급여를 2023년까지 1.4% 인상하는 데 합의하였는데, 자신들은 충분히 돈을 많이 받고 있다면서 굳이 돈을 써야 한다면 해당 예산을 격무에 시달리는 간호사 및 사무직 직원들의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써달라고 청원을 낸 것이다. ( * 참고로 완전 공공의료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 캐나다에서 의사의 연봉은 2억 8천만 원에 달하며 이는 주정부가 지급하고 있음. 의사에 비해 간호사의 급여 및 근무환경은 열악한 수준임. ) 간호사 및 사무직의 근무환경 개선으로 공공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여보겠다는 참신한 주장이다. 아! 이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인가? 14%도 아닌 고작 1.4% 인상인데도 나만을 생각하지 않겠다는 공동체 정신. 공공의료 시스템 발전과 환자의 권익이 먼저라는 이타심. 이래서 이민가고 싶은 나라 1순위가 캐나다인가?

2016년 스위스는 오늘과 현재도 중요하지만 내일과 미래를 같이 내다볼 줄 알았고, 2018년 캐나다는 나와 우리도 중요하지만 타인과 사회 공동체도 같이 헤아릴 줄 아는 현인(賢人)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나만 잘 먹고 잘 살면 된다는 ‘무한 이기주의’가 갈수록 심해지는 이 시대의 대한민국에 경종을 울려주는 두 사례다.

알다시피 대한민국은 지금 심각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출산율 저하와 노령인구 증가. 경제 성장 둔화, 청년취업 저조, 양극화 심화, 흉악범죄의 증가 등... 이 상황은 권력층·부유층의 특권 내려놓기와 일반 국민들의 의식 개선이 같이 병행되지 않으면 절대 극복될 수 없다.

조만간 우리나라에서 이런 뉴스가 들려오길 바란다.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은 충분히 많은 특권을 누리고 있으니 기존의 철도·항공·선박 무료이용 특권을 폐지하고 앞으로는 50%만 할인받게끔 법을 개정하기로 했다는 뉴스. 시의원들이 국내에서도 연구 보고서를 충분히 만들 수 있으니 호화 해외연수를 포기하고 대신 그 경비를 시 발전을 위해 써달라고 내놓았다는 뉴스. 노인 인구의 복지도 중요하지만 청년들의 삶과 복지를 위해서도 많은 지원을 해달라고 노인 단체에서 청원을 했다는 뉴스 등등...

우리가 경제적으로는 선진국 반열에 들어섰지만 시민의식은 아직 선진국 수준이 못 된다는 자조를 스스로 하곤 한다. 더불어 잘 사는 공동체가 되어야 내 개인의 행복도 커질 수 있다는 진리를 깨닫고 실천할 수 있다면, 그리고 오늘만 보지 않고 내일도 내다볼 수 있는 혜안(慧眼)을 가질 수 있다면 대한민국은 선진국이 되지 말라고 해도 선진국이 될 수밖에 없다. 자조만 할 게 아니라 자신감과 자긍심을 가지고 5180만 국민이 다 함께 노력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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