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기준 곡성-98억8800만원, 담양-302억원

곡성군과 담양군의 재정공시의 공통점이 있다.

‘채무 제로’.

곡성과 담양군이 채무 제로를 공표함에 따라 주민들에게 ‘재정 건전 도시’라는 이미지를 각인시켰지만 채무 제로가 곧 빚이 한 푼도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지방재정에서 빚은 ‘채무’와 ‘부채’ 두 가지로 나뉜다.

‘채무’는 날짜와 금액이 정해져 있는 빚이다. 지방채가 대표적으로 지방채증권, 차입금과 같이 날짜와 금액이 정해져 있는 반면 매년 금액이 정해져 있지 않거나 예측하기 어려운 돈은 부채다. 채무를 포함하며 미지급금, 퇴직급여충당금 등 금액이 정해져있지 않거나 예측이 어려운 비용이다.

또 채무는 현금을 빌려 이자를 지불하는 빚을 이야기하지만 부채는 이자지불이 없다. 부채는 ‘갚아야 할 빚’이라는 커다란 분류만 있을 뿐 매우 다양한 요소로 존재함에 따라 부채는 채무보다 큰 개념이다. 채무와 부채는 따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모든 채무는 부채에 포함된다.

지자체들이 이렇게 회계상 기준이 모호한 점을 이용해 ‘우리는 빚이 없다’는 식의 치적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 문제이다.

하지만 곡성군과 담양군에는 ‘부채’가 남아 있다./정종대 記者

곡성군은 지난 2017년 장학금과 문예진흥·노인복지·체육진흥 등 4개 기금을 합쳐 조성한 통합 관리기금 55억원을 빌려 지방채를 청산하고 채무제로 시대를 열어가고 있지만 부채는 2018년 82억2300만원, 2019년 98억8800만원을 기록하고 있는 등 부채가 늘어나고 있다.
 
담양군도 지난 2015년부터 채무 제로 시대를 열어가고 있지만 2018년 288억1800만원, 지난해 302억3400만원의 부채가 있다고 재정공시에 밝히고 있다.

이같이 채무 제로는 재정 건전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지만 무리한 채무 제로는 지역경제와 시민복지를 위축시키고 미래 발전을 저해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특히 채무 제로라는 명분에만 얽매여 정작 중요한 곳에 제때 투자를 하지 않는다면 지역경제와 미래 성장동력을 갉아먹을 수 있다며 합리적인 정책 추진은 요원해지고 채무 제로가 현직 자치단체장의 치적 쌓기용 으로 전락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게다가 이런 논쟁 대부분은 본청 예산을 기준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나 본청 예산만 국한 하더라도 공무원의 퇴직금 등 부채가 있기 때문에 ‘채무 제로’라는 말이 성립하기는 어렵지만 채무 유무 또는 채무 축소는 단체장 능력 평가의 주요기준으로 인식돼 지자체와 단체장은 채무 제로 달성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빚 없이 잘 살았다'고 해석돼 정부 평가나 각종 보조금 지급, 공모사업 등에서도 유리한 것도 채무 제로를 부추기는 동기가 되고 있다.

빚도 문제지만 돈을 쓰는 것도 중요하다.

지자체들이 빚에 허덕이는 것 같지만 실제 지자체들의 수입은 매년 10% 이상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결과 초과세입 등 사용이 정해지지 않은 순세계잉여금이 전체 지방자치단체 예산의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담양군의 경우 순세계잉여금이 지난 2017년 367억2600만원이던 것이 이듬해 344억3400만원으로 줄어들었다가 지난해 439억8900만원으로 다시 증가했으며 곡성군은 2017년 676억9800만원, 2018년 522억1100만원, 지난해 434억9100만원으로 매년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나 주민들의 세금을 사용할 곳도 못 찾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여러 가지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채무 제로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나 채무 제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사안별로 따져볼 필요는 있다"며 "세입을 늘려 빚을 갚는다기보다 다른 예산을 삭감하거나 기금을 없애고 시행해야 할 사업을 축소해서 채무를 줄이는 것은 옳다고 할 수만 없다"고 지적했다.

또 "기업들도 경영하면서 적자경영을 할 때가 있듯이 투자할 부분은 투자해야 한다"며 "채무 제로는 빚을 갚으면 좋다는 유권자 인식에 호응하는 포퓰리즘에 가까울 수 있어 이행 효과를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리고 "채무 제로 달성은 평가받을 만한 일이지만 군정 평가의 잣대는 재정을 효율적으로 썼느냐가 돼야 한다"며 "자치단체장들이 지역 실정은 고려하지 않고 채무 제로 달성이라는 성과에 너무 몰입하면서 지역경제가 위축되고 서민 생활이 어려워지고 있다"며 채무 제로의 어두운 단면을 경계했다.

이들은 “과도한 빚은 줄여야겠지만 있는 돈을 어떻게 잘 사용할 것인가 하는 중대한 과제가 남아있다. 정책은 타이밍이다. 돈을 아껴 안 쓰는 것은 낭비하는 것에 못지않게 바람직하지 않다. 지방자치단체는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정책 목표이고 재정은 그 수단이다”고 강조했다./정종대 記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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