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곡성, 집중호우와 3연속 태풍으로 생산량 저하

 

“올해 나락은 지난해보다 1단지(908평 기준)에서 톤백으로 1개가 덜 나오고 있습니다. 작년에 60개 이상(40kg 기준) 나오던 것이 올해는 잘 나와야 45개 정도로 생산량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지만 등급이 좋은 것은 작은 위안이 되고 있습니다”

대농가인 A씨가 최근 자신의 논에서 수확한 나락의 결과를 두고 어두운 미래를 예견하면서 쓰디쓴 커피를 마시기가 무섭게 담배를 물어든다.

A씨는 역대 최장기간의 장마를 버텨냈다. 제8호 ‘바비’, 9호 ‘마이삭’. 10호 ‘하이선’ 등 연달아 닥친 세 번의 태풍 또한 이겨내 병들지 않았고 허무하게 쓰러지지 않았다.

풍년가를 간절히 원하는 농민의 바람처럼 벼들은 시련을 이겨내고 황금들녘으로 빛나 벅찬 기대감으로 콤바인에 시동을 걸고 門前沃畓 수확에 나섰다. 그러나 결과는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크다’는 말을 되새기게 했다.

무엇보다 막심한 피해를 안겼던 기상재해 소식이 남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A씨는 “올해 기나긴 장마와 태풍이 겹치고 특별재난구역으로 선정될 정도로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를 입은 곡성과 담양 농민들은 농산물 수확량까지 감소해 소득이 많이 떨어진다. 가격이 좋아도 팔 게 없다. 재해보험을 들어도 보험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대농인 자신은 그나마 가을에 돈을 만지는 데 전 재산이라고 할 수 있는 농지가 매몰되는 재해를 입은 농민들은 어떻게 살지 걱정이 태산이다”고 농업 동반자 걱정부터 한다.

이처럼 올해 2개월 가까이 이어진 장마와  연이은 태풍의 영향으로 농지 피해가 커지면서 수확기를 맞은 쌀 재배농가들은 여느 해 보다 올해 수확기 쌀시장에 대해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통계청은 지난 8일 예상생산량조사 결과를 통해 올해 쌀 예상생산량이 363만1000톤으로 지난해 374만4000톤 대비 3%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역대 최저치다.

이같은 추정치는 벼 재배면적의 감소와 10a당 생산량 감소이다.

올해 국내 벼 재배면적은 72만6432ha로 지난해 72만9814ha보다 0.5%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으며 10a당 쌀 예상생산량도 올해 500kg으로 추정, 지난해 513kg 대비 2.5%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 건물 건축과 공공시설 등의 개발에 따른 경지 감소와 정부의 ‘논 타작물 재배 지원사업’ 등의 영향으로 벼 재배면적이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고 10a당 쌀 생산량의 감소는 낟알이 형성되는 시기에 긴 장마와 태풍의 영향을 받는 등 기상여건의 악화로 완전낟알수가 감소한 것 등이 원인으로 꼽혔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도 올해 쌀 생산량 감소를 전망했다.

농업관측본부 역시 정부의 논 타작물 전환 정책이 쌀 생산량 감소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출수기 전후에 강우와 태풍이 빈번하게 일어나 일조량이 부족하고 일교차도 낮아 수확량이 줄었다는 분석이다.

다만 쌀 생산량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쌀 소비 감소 추세를 고려하면 수급 균형에 근접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같은 예측은 현실로 재연되고 있다.

담양군이 지난 15일과 16일 실시한 공공비축 산물벼 수매 결과 총 5875 가마(40kg 기준)을 매입했는데 이중 특등 938가마, 1등 4918가마, 2등이 19가마로 품위는 우수한 반면 생산량이 큰 폭으로 줄어들어 좋은 등급을 받아놓은 농가들도 마음편이 웃지 못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곡성군도 사정은 동일하다.

공공비축 산물벼를 수매한 19일 현재 총 6197가마(40kg 기준)를 매입한 결과 특등 1323가마, 1등 4975가마, 2등이 109가마로 1등급 이상 비율은 높은 반면 수확량이 기대치에 턱없이 부족해 지난해 수확기 잦은 비로 인해 곤욕을 치렀던 농민들의 어려움은 올해도 이어졌다.

금성농협 관계자는 “올해 장마와 태풍으로 인해 쌀 생산량이 반토막이 났으며 그 이후 높은 습도로 인해 발생하는 병해충 억제를 위해 농자재 사용량도 늘어 농가들의 경상비 부담이 클 것으로 예상 된다”며 “1등급 이상 출현율이 지난해 보다 높다. 특히 2등급 비율이 현저하게 줄어든 것은 천만다행이지만 지난 8월 집중호우로 인해 피해가 심한 지역에서 생산된 쌀의 품질이 좋지 않아 수재민들에게 위안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수확 현장에서 만난 농민들은 “쌀 한 톨 생산을 위해 일곱 근의 땀을 흘린다는 농민들의 ‘일미칠근(一米七斤)’의 노력에 더해 집중호우와 3연속 태풍 피해 극복을 위해 불철주야 고생한 농민들의 힘겨운 삶을 정부와 지자체가 좀 더 헤아려줘야 한다”고 異口同聲. /정종대 記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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