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대한민국 대표하는 마을 숲(下)

함양군 상림과 하동군 송림을 中心으로

숲은 사람을 보호한다. 바닷가의 방풍림은 바람을 막아주고 강변의 호안림(護岸林)은 홍수를 예방한다. 사람들은 마을 들머리에 나무를 심고 숲을 조성해 액운도 쫓는다. 이처럼 사람 사는 곳에는 항상 숲이 있었다. 

   
◆ 함양군 上林

상림은 사람이 조성한 숲으론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되었을 뿐만 아니라 천연기념물 제154호이다. 

통일신라 진성여왕 때 함양태수로 부임한 신라 최고의 문필가 고운 최치원 선생이 함양읍을 지나는 위천이 범람하는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해 둑을 쌓아 조성한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림이다. 

최치원이 둑을 쌓아 지금의 위치로 강물을 돌린 다음 그 둑을 따라 인근 가야산 나무들을 옮겨 심었고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120여종의 온대 낙엽활엽수 2만여 그루가 자라는 무성한 숲이 됐다. 

당초 대관림(大館林)으로 불리울 정도로 숲길이 4km에 달했지만 숲 가운데 지점이 홍수로 무너진 뒤부터 상림(上林)과 하림(下林)으로 이름이 나뉘게 됐다.
상림은 둑을 따라 길이 1.6km, 폭 80∼200m 가량의 숲으로 남아 있는 반면 하림은 훼손 규모가 커 흔적만 남은 상태다. 

우산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 들으며 숲속으로 걸어 들어가다보니 숲은 운치를 더한다. 

입구에 들어선지 얼마 되지 않아 ‘천년약속 사랑나무’가 모습을 드러낸다. 보통 두 나무가 얽혀 한몸이 되는 연리지는 뿌리는 다르지만 수종은 같은데 이 사랑나무는 자작나무과인 개서어나무와 느티나무가 서로 한몸으로 붙어버렸다. 수종이 다른 연리지는 아주 드물기에 상서로운 나무로 여겨지고 덕분에 나무 앞에서 연인이 손을 꼭 잡고 기도하면 사랑이 이뤄진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함양읍성의 남문이었다가 1932년에 현재 위치에 옮겨온 2층 누각 함화루를 거쳐 함양 척화비를 지나면 천년교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숲길이 시작된다. 

고운 선생이 제방을 만들 때 건너편에 살던 총각이 함양성 안에 사는 처녀를 사랑해 매일 밤 시냇물을 건너왔단다. 이를 알게 된 선생은 돌다리를 놓았고 사람들은 ‘오작노디(오작 징검다리)’라고 불렀다. 

세월이 지나 다리는 사라지고 이런 얘기만 전해졌는데 함양군에서 2013년 운치 있는 아치형 천년교로 부활시켰다. 다리 위에 서니 위천과 상림, 물안개가 어우러지는 풍경이 몽환적이다.

숲을 걷다보면 사운정, 초선정, 화수정 등 정자와 최치원 신도비, 이은리 석불, 다볕당 등 많은 문화재들을 만난다. 

이은리 석불은 1950년 함양군 이은리 냇가 부근에서 출토된 1.8m의 석조여래좌상으로 두 팔목이 떨어져 나가 구멍만 남아 있다. 상림은 갈참·졸참·상수리·개서어·개암나무 등 120종이 넘는 활엽수와 다양한 수종의 2만 그루가 넘는 나무들이 철 따라 옷을 갈아입고 나들이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침엽수는 청량음료처럼 산뜻한 느낌을 주는 반면 활엽수가 많은 숲은 푸근함을 안긴다. 

상림의 산책로는 걷기가 좋다. 맨발로 걸어보라고 고운 흙을 깔아 놓은 구간도 곳곳에 있으며 이들을 위해 마련한 발을 씻는 공간도 별도로 조성했다. 

또 넉넉한 품으로 찾는 이들에게 모든 것을 내어준다. 몸이 불편한 분, 연세가 많으신 분, 임산부, 아이들 누구나 숲의 향기를 맡고 산책로를 따라 흐르는 개울의 물소리를 듣고, 잎을 흔들고 지나가는 바람의 소리를 느끼고, 나뭇잎 사이로 쏟아져 내리는 햇살을 보는 것에 불편함이 없다. 

군은 오랜 세월 동안 아름다운 비경과 생명의 신비를 전해주고 있는 상림을 체계적으로 보전하기 위한 방안으로 수목관리시스템을 구축해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고 수목 데이터의 일괄처리로 관리의 편의성을 제고하고 있다.

수목관리시스템은 상림을 구역별(A~k)로 나누고 해당 구역안의 수목들을 고유 번호별로 관리해 수목별 기본정보와 위치정보, 방제·병해충기록, 수목 위치정보를 포털 지도 API와 연계해 구역별로 제공하며 모바일 디바이스에서 접속 시 GPS를 통한 해당 수목의 위치정보도 확인 할 수 있다.

이 시스템 도입으로 분산된 수목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고 수목 데이터의 일괄처리로 체계적인 숲 관리가 가능하게 됐으며 반응형 홈페이지 구축으로 모바일 환경 변화에도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군이 수목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게 된 것은 수년 전 상림 숲을 이룬 300여 종류 식물 중 개서어나무·줄참나무·느티나무·나도밤나무·사람주나무·쪽동백나무·윤노리나무·상수리나무 등 교목층을 대표하는 총 45종 3515그루를 조사한 내용이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다. 

2016년 조사한 나무 수령은 5년 미만(896그루·25.5%)인 경우가 가장 많았고 6~10년(760·21.6%), 16~20년(609·17.3%), 11~15년(603·17%), 21~25년(359·10.2%), 26~30년(164·4.6%) 순이었으며 30년 이상 된 나무는 124그루(3.5%)였다.

특히 상림 숲을 둘러싼 생육환경 변화와 맞물려 고사목이 75그루이고 줄기나 가지뿌리에 맹아(움·나무에 돋는 싹)가 발생하는 경우가 56.4%(1982그루)에 달하며 나뭇가지가 말라죽는 현상(고사지)이나 뿌리노출, 혹병, 가지마름병, 병해충 발병 등이 상당했다는 것.

이에 따라 숲 내외부 통기 기능강화로 숲 건강성 회복, 산책로 축소 등 동선조정과 출입구 제한, 구간별 휴식년제 도입으로 관리구역 설정, 주변 대체 숲길 조성으로 상림 수용력 분산을 모도하고 있다.

이같은 노력에 힘입어 21ha의 넓은 면적에 120여 종 2만여 그루의 울창한 활엽수림을 자랑하는 상림은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산책로를 걸으며 아름다운 자연을 만나고 힐링을 경험할 수 있는 곳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와 함께 상림의 가치를 재인식한 함양군이 상림을 무대로 이벤트를 기획하고 있다.

산삼의 고장 함양에서 ‘산삼항노화엑스포’가 열린다. 

지난 10일부터 함양상림공원과 함양대봉산휴양밸리 일원에서 개최되는 2021 함양산삼항노화엑스포는 ‘천년의 산삼, 생명 연장의 꿈’이 주제다. 
함양군과 엑스포조직위원회는 코로나19 상황에 대응해 기존의 현장 중심 행사에 비

대면 온라인 콘텐츠를 더해 산삼 및 항노화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콘텐츠와 프로그램을 제공할 계획이다.

엑스포가 열리는 제1행사장인 상림공원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림이다. 
이곳에서는 엑스포 기간에 산삼 및 항노화와 관련된 콘텐츠와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전시관은 모두 10개 시설로 구성된다. 산삼의 문화적·역사적·생태적 가치를 조명하고 실생활 속 산삼의 가치와 효능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산삼 및 항노화산업 육성을 위한 학술회의도 열린다. 국내외 전문가들이 참석해 산삼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교류의 장이 될 전망이다. 

산삼항노화 제품의 수출상담 및 교역의 장인 산업교류관도 조성해 온라인 비대면 수출상담회와 대형 쇼핑 플랫폼과의 연계를 통한 온라인 판촉기획전 등을 진행한다.

   ◆ 하동 松林

송림은 조선(朝鮮) 영조(英祖) 을축년(乙丑年)(21년, 1745)에 당시 도호부사(都護府使) 전천상(田天詳)이 방풍방사용(防風防砂用)으로 식재(植栽)하였던 것이 오늘날 국내 제일가는 노송숲으로 약 2만6400㎡에 달하며 숲 안에는 궁도장(弓道場)인 하상정(河上亭)이 있고 넓은 백사장과 맑은 섬진강물이 어우러진 경치는 이곳을 지나는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원래 섬진강은 모래가람, 다사강, 사천, 기문화, 두치강으로 불릴 만큼 고운 모래로 유명하다. 

1385년 고려 우왕 11년에 왜구가 섬진강 하구에 침입했을 때 수십만 마리의 두꺼비가 울부짖어 왜구가 광양쪽으로 피해 갔다는 전설이 있어 이때부터 두꺼비 '섬'자를 붙여 섬진강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이 섬진강 줄기에는 하동의 역사와 문화를 고스란히 간직해 온 아주 특별한 송림이 있다. 하동지역은 지리적으로 다우지역이며 남해바다와 연결돼 내륙으로 연결되는 섬진강의 동쪽에 위치한다. 

하동은 한국의 영산인 지리산이 주산으로 돼 있어 계곡이 깊고 여름이면 계곡마다 모여든 물로 섬진강이 범람하는 등 홍수의 피해가 많은 지역이다. 

특히 남해바다와 연결돼 조석간만의 차이를 보이며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는 지역이기도 하다. 

이로 인해 조선 영조 21년 을축년(1745년)에 도호부사 전천상이 1500여 그루의 소나무를 섬진강변에 심었다. 이것이 방풍림으로 조성된 하동송림이다. 

하동송림의 조성으로 섬진강변에 소금배가 드나들 수 있는 나루를 건립할 수 있게 됐으며 천혜의 백사장도 자연스럽게 조성될 수 있었다.

송림공원은 지난 1982년 7월 30일 경남도 지정문화재 제55호 지정됐다가 지난 2005년 2월 18일 천연기념물(제445호)로 승격·지정됐다.

이처럼 하동송림은 하동의 문화를 형성시킨 곳이다. 

참꽃(진달래꽃)이 만발하면 마을 아낙네들은 화전놀이를 했다. 이때 자주 만날 수 없었던 친정어머니를 만나기도 했다. 화전놀이의 놀이마당을 제공했던 곳이 바로 하동송림이다. 

이날 하동송림에는 화전을 굽고 풍물이 울리는 동안 술이 한 잔씩 돌고 그동안 마음대로 출입할 수 없었던 아낙네들은 곱게 옷단장을 하고 춤을 추기도 했다. 하동송림은 한 많은 여인들의 마음을 풀어주는 공간이 되었던 것이다.

더구나 하동송림은 현재에도 꼭 필요한 문화적 공간이다. 

정월대보름이면 송림변 백사장에서 달집태우기로 한 해의 축복을 비는 공간이 되고 어린이날이면 솔숲의 그늘에서 어린 선수들의 씨름이 벌어지는 곳이 된다. 

주말이면 부부와 가족들의 쉼 공간이 되고, 연인들에게는 사랑의 공간이, 노부부에게는 인생을 정리하는 공간이 된다. 

이처럼 하동송림은 하동人 뿐만 아니라 하동을 찾는 사람들과 함께 피어나는 문화의 공간이 되는 곳이다.

하동송림의 가치를 보전하기 위해 노력도 적지 않았다.

하동송림 입구에 군민과 출향인이 기증한 소나무 40그루를 심은 데 이어 기증 소나무 25그루를 추가 보식해 녹지공간이 한층 넓어졌다.

송림 진입로 오른쪽 899㎡에 임업후계자(회장 이현종)가 기증한 흉고 둘레 25∼35cm, 높이 7~8m 크기의 수령 30년생 소나무 25그루와 기존 이식 소나무 5그루 등 30그루를 심었다.

하동군이 이곳에 소나무를 심은 것은 사유지인 이 땅에 매실나무 등 일반 수종이 심겨져 송림 노송과 조화를 이루지 못해 송림 본래의 기능을 살리고자 사유지를 사들여 보식한 것이며 진입로를 막고 있던 기존 관리실을 철거해 송림 전체가 쾌적한 공간으로 거듭났다.

하동군은 앞서 2015년 12월 이번에 보식한 맞은편 941㎡에 지역기관·단체장, 향우, 읍·면 등 내·외 군민 등이 기증한 소나무 40그루와 송림 숲에서 어미나무의 유전인자 접목을 통해 조성해 둔 높이 1.5m 내외의 후계목 70여 그루를 심었다.

특히 섬진강에서 불어오는 모래와 바람을 막는 소나무 숲을 조성한 전천상(1705∼1751) 하동도호부사가 소나무로 다시 태어났다.

송림 내 자연피해를 본 노송을 제거하지 않고 소나무 뿌리가 박힌 상태에서 조각한 조형물은 높이 350㎝ 가슴둘레 80㎝ 크기로 목공예 조각가 박용수 선생이 완성한 것으로 전천상 도호부사 얼굴 모습을 표현한 기념조형물을 만들었다.

조형물은 전천상 도호부사의 선비정신과 백성을 사랑하는 애민 사상을 기리고자 갓을 쓰고 환하게 웃는 모습이다.

여기에다 송림 입구에 설치된 하모니파크 안에 그동안 하동군을 방문한 유명인 37명의 핸드프린팅을 제작, 설치했다.

2014년부터 하동군을 방문한 국내외 유명인사, 향우, 배우, 문화예술인, 홍보대사, 명예군민들이 한 핸드프린팅으로, 캐나다 짐 패티슨그룹 회장, 추궈홍 전 주한중국대사, 미국 현대미술가 에릭 사마크 등 5명의 해외 유명인사가 포함돼 있다.

전 국무총리인 김석수·정홍원·이낙연, 하동군 홍보대사인 조영남·데니안·류승수·변우민, 배우 서이숙·주원·김상중, 문화예술인 홍사종·김병종·정호승·공지영, 하동 향우 및 정무직 공무원 등이 포함됐다.

특히 미스터트롯 출신 하동홍보대사 정동원 군과 미스트롯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김다현 양의 핸드프린팅도 설치돼 있다.

이들 핸드프린팅이 설치된 하모니파크는 ‘하늘과 물, 사람이 하나로’ 라는 메시지로 144개 물줄기에서 첨단 멀티미디어 기법으로 입체영상을 구현하는 송림의 새로운 랜드마크다.   /장명국 정종대 記者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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