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종 필(담양경찰서)

평화롭던 사우디의 밤하늘에 불기둥이 솟아올랐다. 2019년 9월 14일 새벽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이 폭발물을 탑재한 드론을 이용하여 사우디 최대 정유시설을 공격한 것이다. 

저고도로 수백 킬로미터를 날아오는 동안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은 드론은 사우디의 핵심 중요시설을 무참히 파괴했다. 세계 석유 공급량의 약 7%를 공급하는 정유시설이 기능을 멈추자 국제유가는 급등했다. 전 세계 에너지 공급에 대혼란이 발생했다.

세계 경제를 패닉에 빠지게 한 주범은 ‘삼마드’로 알려진 테러용 드론이었다. ‘삼마드’ 드론은 전장 2.84m, 날개 길이 4.53m로 3~4kg의 폭발물을 싣고 1,500km까지 비행이 가능했다. 

제작비는 수백만 원에서 천만 원 안팎이었다고 한다. 이렇게 작고 값싼 비행물체가 조(兆) 단위 피해를 발생시킨 범인이었다니 무기치고는 참으로 가성비가 뛰어나다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테러용 드론에 ‘가난한 자의 크루즈 미사일’이라는 별명이 붙기까지 했다.

국내에서는 현재까지 드론을 이용한 직접적인 공격이나 위협은 없었으나, 매우 위태로운 상황들이 발생한 바 있다. 2017년 경북 상주 미군 사드 기지와 강원도의 군사시설에서 촬영 목적 드론이 발견된 사건, 2019년 한빛원전에 불법 드론이 출현한 사건, 2020년 인천공항 인근에 드론이 포착되어 항공기 5대가 회항한 사건, 2021년 한국가스공사 LNG기지 내 드론이 추락한 사건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한바탕 소동으로 끝났으나 이들 사건에서 드론에 폭발물이 탑재돼 있었다면 실로 엄청난 인명피해와 재산피해가 발생했을 것이다.

 2018년에는 고양 저유소에서 드론 공격 양상과 유사한 형태의 풍등에 의한 화재가 발생한 적도 있다. 당시 46억 원이라는 재산피해가 발생했는데 지상 위주의 2차원적인 방어체계가 얼마나 취약한지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이었다.

현재 우리나라의 국가중요시설 방어체계로 볼 때 드론을 이용한 테러 시도가 발생한다면 그 대응이 매우 미흡할 것으로 보인다. 드론 테러 대응의 핵심은 효과적 탐지 및 차단에 있는데 국내 기술 수준은 매우 낮고, 외국산 장비는 고가일 뿐 아니라 검증이 제대로 되지 않아 도입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국가적 차원에서 공항·원전 등 피해 규모가 큰 국가중요시설을 중심으로 안티드론(Anti-Drone, 드론을 탐지하고 추적해 무력화시키는 대드론 방호 시스템) 개발과 도입확대가 시급하다. 

이제 드론은 그 어떤 군사용 무기보다 위협적이고 획득하기조차 쉬운 고성능 무기가 되었다. 관련 산업이 발전함에 따라 더 작고 더 멀리 나는 드론을 언제 어디서나 값싼 가격으로 손쉽게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테러단체들은 온라인 쇼핑몰에서 상업용 드론을 구매한 후 수백 km을 비행할 수 있도록 내연기관을 장착하고 폭발물을 탑재한 이른바 자폭용 ‘킬러 드론’을 만들어 내고 있다. 북한 또한 자폭용 드론을 수십 여기 이상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조용히 수백 수천km를 날아오는 테러용 드론이 언제 우리에게 다가올지 모른다. 관련 장비를 구매하고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적극적인 관심과 실행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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