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법정문화도시 담양의 꿈은 이루어 진다.

도시는 오랜 인류 역사가 누적된 산물이여 인간과 사회과 만든 문명들의 집합체로 설명되곤 한다.

도시의 모습은 도시에 사는 주민들의 역사화 생활상, 가치관을 담고 있다. 근대산업화 과정에서는 건물 신축이나 도로 확장 등 빠른 양적 성장이 도시 발전의 척도로 인식되었고 도시공간의 경제적 효율과 일터의 역할이 중시되었다.

그러나 근대산업이 쇠퇴하고 인구 구조가 변동하면서 이제는 도시가 삶터이자 쉼터 놀이터로서 기능을 균형적으로 갖춰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인류가 살아오면서 지금만큼 다이나믹한 시대가 있을까 할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미래에 대한 예측도 매우 복합적이다. 

문화의 시대, 지식기반 사회, 4차 산업혁명 담론까지 이전 세기와는 차원이 다른 변화가 전개되고 있다.

때문에 전 세계 많은 도시들이 급변하는 환경에 미래적으로 대처할 새로운 발전 동력을 구축하고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도시 비전을 모색해 왔다.

문화도시,창조도시, 생태도시, 공유도시 등의 가치 지향적 도시전략은 이러한 미래적 비전의 중요한 축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제적으로 문화도시 패러다임은 유럽 문화를 보존, 활성화하여 유럽인들의 문화적 정체성과 자부심을 고양하고 지역 문화관광 효과성을 높이고자 1985년 시작된 유럽문화도시 선정제도로부터 확산되었다. 2019년 34주년을 맞이한 유럽문화도시는 2005년 이후 유럽문화수도 (European Capital of Culture, ECOC)로 명칭을 바꾸어 추진하고 있는데 60개 도시가 선정되었고 2023년까지 유럽문화수도가 미리 선정된 상태이다.

이 제도는 유럽 도시 간 경쟁을 유발하며 이벤트성 문화 프로젝트로 경도되는 것에 대한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최근 도시의 비전과 연계하고 시민의 문화 참여 및 삶의 질을 제고하는 도시문화전략으로 확장되면서 브랜드 가치를 구축해가고 있다.

또한 유럽문화수도 제도 외에도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 동아시아 문화도시 등 다양한 차원의 문화도시 관련 국제적 흐름이 꾸준히 생성되고 있다.

한국에서 문화도시는 지자체 실행 이후 문화의 시대라는 환경변화와 국제적 문화도시 패러다임 영향 속에서 국가 균형발전 전략의 하나로 채택되었고 대체로 지역사회로부터의 내발적 필요가 아닌 외부적 정책 요구에 의해 하향식으로 추진된 공통 기반이 있다. 

때문에 문화도시는 늘 정책의 화두로 확산되었고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생활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또한 초기 문화도시 정책이 인프라 조성에 중점을 두었기 때문에 문화도시는 곧 문화 관련 공간, 시설, 환경을 조성하는 것으로 이해되었고 도시의 삶과는 동떨어진 특별한 무엇으로 여겨진 경우가 많았다. 

게다가  문화도시는 창조도시 패러다임으로 이전되었다가 문화도시와 창조도시가 조합되어 창조적 문화도시 전략으로 재구성되기도 하면서 유행이 지난 담론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나 2014년 지역문화진흥법 제정, 시행과 함께 문화도시 담론이 새롭게 재편되고 있다. 

전환되고 있는 지역문화 환경변화 등을 수용하여 그동안 국가가 나서 문화도시를 조성하였던 것과는 달리  지역문화진흥법에 의거, 지역 스스로 문화도시 기반을 만들고 이를 국가가 승인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즉 문화도시를 선언하고 추진하기보다는 지역이 문화도시 준비과정을 거치면서 실질적 문화도시로 법적 인증을 얻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

2018년 시작된 법정 문화도시 조성사업은 각 지자체가 문화도시 조성계획을 승인받는 절차를 거쳐 1년간 자체적으로 예비사업을 실행한 후 추진실적 평가와 심의위원회 심사를 거쳐 문화체육관광부가 문화도시로 지정하는 것이다. 

지정된 이후에는 문화도시 본 사업을 추진하는데 국고와 지방비 매칭으로 100억원~200억원의 예산을 지원받는다. 

2018년은 문화도시 조성계획 첫 번째 승인단계임에도 불구하고 전국 많은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지원했고 문화체육관광부는 2019년 법정 문화도시를 5개 내외 지정하는 것을 시작으로 2022년까지 20개 내외를 지정할 계획이다.

이렇게 본격화되고 있는 법정 문화도시 지정 국면은 지역문화진흥 맥락에서 중요한 축으로 작동 할 것이라 생각된다. 

문화도시의 개념에서도 장르나 영역을 중심으로 협소하게 특화했던 정책추진 초기에서 상당히 진화하여 현재는 “시민이 공감하고 함께 즐기는 도시문화의 고유성과 창조력을 바탕으로 미래지향적 사회성장구조와 지속가능한 도시발전체계를 갖춘 법적 지정 도시”로 정책개념이 정의된다. 

이에 따라 문화도시를 조성하는 과정이 도시의 문화계획을 통한 사회발전 프로젝트로서 기능할 수 있도록 예비사업-문화도시 지정-문화도시 본 사업으로 연결되는 단계를 설정하고 있다. 

또한 문화도시 지정을 통해 문화를 통한 도시의 가치와 철학이 생성되고 도시 고유의 문화력이 강화되어 지역문화 자치기반이 구축되고 사회가 활성화되길 기대하기 때문에 법정 문화도시 조성사업은 주민의 광범위한 공감대 형성과 주체적 참여에 기반을 둔 지속가능한 문화도시 경영체계 구축이 중요하다.

* 법정문화도시의 장점

이처럼 법정 문화도시는 도시의 맥락 속에 지역주체와 문화활동, 문화공간, 문화산업 등을 연결함으로써 주민이 공감하고 함께 즐기는 도시문화 중심의 사회생태계 구축을 통한 지속가능한 도시발전 기반을 마련하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때문에 지역이 문화도시 조성사업의 정책을 정확히 이해하고 제대로 활용하면 그동안 펼쳐져 있던 다양한 지역문화 주체와 활동들을 도시의 문화계획 차원으로 묶어내고 지역에 필요한 문화역량으로 편재할 수 있는 좋은 정책적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문화도시 지정을 받고자 하는 각 지자체와 민간 문화주체들이 이러한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고 지역의 고유한 가치, 사람, 활동, 공간과 연계되지 않은 채 운영계획이 모호한 문화 인프라를 조성하거나 일회적 문화 이벤트로만 접근하는 등의 기존 문화사업 추진 관행을 유지하게 된다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이러한 현상은 지난 5년간 시범적으로 추진한 문화특화지역 조성사업에서 2018년 처음 시작된 문화도시 조성계획 승인 과정에서 노정되기도 했고 향후 법정 문화도시 지정과정에서 우려되는 상황이기도 하다.

법정 문화도시 지정이 본격화되면서 국내 수많은 도시들이 문화도시로의 열망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문화’로 도시의 비전을 삼고자 하는 열망이어서 성급하거나 무모할 수 있음에도 지역에는 좋은 국면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왜냐하면 법정 문화도시 조성사업은 지역문화진흥법이 시행된 이후 지역, 도시 차원에서 통합적 문화계획을 수립하여 지역주도적 도시문화 경영기반을 구축하고 문화도시 가치 브랜드를 형성하여 지속가능한 지역문화발전 토대를 만들 수 있는 매력적 정책 기반이기 때문이다.

* 도시재생 사업과 연계 추진

문체부는 문화도시 사업과 도시재생 사업을 연계하여 문화도시 조성 사업을 통해 문화적 도시재생이 촉진될 수 있도록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와 협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기존 도시재생의 경우 물리적인 환경 정비와 재개발에 집중하면서 도시의 지속성과 역사적 맥락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문제가 제기되어 왔다. 

이제는 도심에 내재된 역사와 기억 건축물의 의미 등 도시재생의 인문학적 측면이 강조되면서 문화를 통한 도시재생 및 지역발전의 중요성이 주목받고 있다.

기본적으로 문화재생 사업이란 도시의 문화적 가치와 자원을 바탕으로 새로운 사회활동을 통해 침체 된 도심의 기능을 다시 활성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도시재생을 통해 원주민, 도시를 떠났던 예술가, 청년들이 모여 지역 커뮤니티를 활성화하고 문화적 공동체의 소통과 교류를 확대해 나가는 것이다. 

즉 문화재생은 무분별한 물리적 개발의 부작용을 막고 도시에서 ‘장소 기반의 문화’를 만드는 정책과 사업이다.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기반 환경 개선에 초점을 맞춰 하드웨어 중심으로 추진된다면 문화재생은 문화적 삶의 장소로 도시와 활성화하기 위해 인적 자원과 콘텐츠, 프로그램 중심으로 도시재생을 추진하게 돼 상호 구별된다.

즉 문체부는 문화도시 조성 및 문화적 도시재생 사업으로 삶의 가치와 스타일을 정착하는 문화계획을 지원하고 국토교통부는 도시재생 뉴딜사업으로 삶의 기반 환경을 디자인하는 도시계획을 지원하며 정책적 협업을 추진하는 것이다.

* 진정한 문화도시로 가기 위해서는?

문화도시를 추진하고자 한다면 지향가치가 어디를 향하는지 분명히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화도시는 적어도 도시 안팎에서 문화를 다루고 구현하는 방식이 다른 도시에 비해 보다 문화적이어야 할 것이다. 

문화도시 안에서의 삶이 문화적이지 않을 때 결코 외부로부터 문화도시로 존중받기는 어렵다. 

때문에 도시 안에서의 생활, 활동, 공간, 환경 등 제반의 요소에서 도시가 표방하는 문화도시의 가치와 철학이 묻어나야 한다.

오랜 시간에 걸쳐 문화적 삶의 양식이 도시에 존재하게 된 경우와 달리 정책으로 문화도시를 만들고자 경우 도시문화로 뿌리를 내리게 하는 ‘시간’의 요소, 도시문화로 공유되는 다양한 차원의 실핏줄 같은 ‘과정’ 등과 같은 보이지 않는 요소를 간과하는 것은 흔히 벌어지는 일이다. 문화도시 제도 안에서 인증 받는 것이 곧 문화도시로서의 면모를 다 갖추었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 문화도시가 정책 지원으로 활용할 수는 있지만 문화도시로 국내외적으로 인지되는 것은 오랜 시간을 견디면서 문화적으로 성숙해질 때이다. 

그리고 그렇게 숙성된 문화도시도 변질될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있다. 때문에 문화도시로 가는 시간의 요소는 무한대라고 할 정도로 하나의 지향점과 경향성을 가질 뿐이며 이러한 경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정책의 시간을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문화도시 비전이 제대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도시의 전반적 영역에 걸쳐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여러 층위의 주민들이 자유롭게 드나들고 소통하고 협력하는 기반이 구축되어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주민들이 처음부터 전체 과정 속에 들어와 함께 논의하고 만들고 일상적 삶에서 도시의 문화가 자연스럽게 연계될 수 있어야 한다. 

문화도시 정책을 계기로 지역이 장기적인 문화계획을 수립하여 사람들이 살고 일하고 쉬고 즐기고 싶은 질 높은 장소를 만들고 세계적으로도 경쟁력 있는 문화도시가 생성 확산 되기를 기대한다.(끝)/정종대 장명국 記者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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