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 석(발행인)

구맹주산(狗猛酒酸). 중국의 대표적 제왕학 저서인 ‘한비자’ 외저설 편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춘추전국시대 송나라에 술을 파는 장사꾼이 있었는데 그는 술 빚는 재주가 좋고 친절하며 정직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술이 잘 팔리지 않았습니다. 술이 팔리지 않으니 창고 술독에 있는 술은 발효되어 신맛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상황이 도저히 이해가 안 간 그 장사꾼은 고민 끝에 지혜롭다고 소문난 마을 어른 양천을 찾아가 술이 안 팔리는 이유를 물어보았습니다. 그러자 양천은 그 장사꾼에게 이렇게 되물었습니다. “혹시 자네 집 개가 사나운가?” 

장사꾼이 “그런 것 같습니다.”고 대답하자 양천이 말했습니다. “보통 어른들은 아이를 시켜 술을 사오라고 하지. 그런데 아이들이 자네 가게에 들어가려 하다가 그 사나운 개를 보고는 겁에 질려 들어가지 못하고 결국 딴 집에 가서 술을 사는 것 같네. 자네 개가 사나워서 결국 술이 팔리지 않고 그로 인해 술은 시어가는 것이니 문제는 바로 자네 집에 있는 사나운 개일세.”

이 이야기에서 유래한 사자성어가 바로 구맹주산(狗猛酒酸)입니다. 사나운 개 때문에 술이 시어진다는 뜻으로 한비자는 나라의 간신배를 사나운 개에 비유하여 군주가 아무리 어진 신하를 곁에 두려 해도 군주 주변에 간신배가 들끓으면 어진 신하는 견디지 못하고 결국 떠날 수밖에 없음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또 한비자는 ‘오두지류’의 교훈을 통해 군주 주변에 기생하며 사회를 좀먹는 다섯 부류에 대한 경계와 주의를 촉구했습니다.

‘오두지류’란 다섯가지 큰 벌레를 뜻하는 말로 첫째로 학자를 말합니다. 대부분의 학자는 자기분야에서 연구에 몰두하고 진리탐구에 여념이 없지만 그중 일부 사익을 위해 군주 곁에서 역할을 하는 자를 지칭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이는 배운 것을 구부려 세상에 아부한다는 뜻으로 학문을 올바르게 펴지 못하고 그것을 왜곡해가며 세상에 아부하여 출세하려는 태도나 행동을 가리키는 곡학아세(曲學阿世)와 다르지 않습니다.

둘째로 언담자(言談者)인 유세자(遊說者)를 들고 있습니다. 이들은 자기 또는 자기편의 장점과 아전인수식 해석을 나열하고 자기주장을 과대포장하면서 거짓으로 사복을 채운 부류를 일컫습니다.

셋째로 대검자(帶劍者)를 들고 있는데 미풍양속을 해치는 무리를 모으고 의리와 절조를 내세워 자신의 명성을 드러내면서 관청이 금하고 있는 것을 어긴 자를 말합니다.

넷째로 근어자(近御者)인데, 말 그대로 수장의 측근들을 지적하고 있는 것인바, 뇌물로 축재하며 세도가들의 청만 들어주고 수고하는 자들의 고생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자를 일컫습니다. 대표적으로 경계해야 할 부류입니다.

다섯째로 상공인들을 들고 있는데 당시는 농경을 중시하였으므로 허울 좋은 명목으로 농산물을 거간하여 재물을 모으고, 농단으로 터무니없는 이익을 남기는 사람들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시끌벅적했던 지방선거가 끝나고 민선 8기를 이끌어갈 새로운 수장들이 탄생했습니다. 7월 1일자로 새롭게 입성할 郡의 수장들은 자신의 善意만 아니라,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주요 측근들의 성향을 파악하여 혹시나 자신이 사람의 장막에 둘러싸여 있지는 않은지, 사나운 그들로 인해 훌륭한 인재들이 곁에 오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냉정하게 파악해야 합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역사의 시작에는 뜻과 힘을 보탠 이들이 꼭 있었습니다. 분명 공과를 따져 살펴서 은혜를 갚는 것이 당연한 도리이지만 정도가 지나치면 화를 불러온다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민선시대 수많은 자치단체장의 좌절이 측근에서 비롯되었음 또한 명심해야 합니다.

참고로 사람을 분별하는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합니다. 

◇가장 무서운 사람= 나의 단점을 알고 있는 사람, 무식한데 소신껏 행동하는 사람. ◇가장 경계해야 할 사람= 두 마음을 품고 있는 사람. ◇가장 간사한 사람= 사람을 필요할 때만 이용해 먹는 사람. ◇가장 나쁜 사람= 잘못을 해도 꾸짖지 않는 사람. ◇가장 해로운 사람= 무조건 칭찬만 해주는 사람. ◇가장 어리석은 사람= 잘못을 되풀이하는 사람. ◇가장 나약한 사람= 약자 위에 군림하고 있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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