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장 후보 정책 및 얼굴 알리기 막막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지난 8일 막을 내렸다.

후보자들은 등록을 마친 뒤 번호를 부여 받았고 선거인명부 확정, 선거 공보를 동봉한 투표안내문이 발송되는 등 선거 절차가 착착 진행됐지만 지난 제1ㆍ2회 조합장선거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깜깜이 선거’라는 비판은 좀처럼 가시지 않은 반면 과열ㆍ혼탁, 불ㆍ탈법이라는 단어가  끊임없이 등장하는 단골 메뉴가 됐다.
여기에 현역 조합장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선거판도를 비유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두 어절의 문장은 더 이상 낯설지도, 식상하지도 없는 고유명사로 고착화됐다.
‘비상임 조합장 연임제한’ 문제도 두 번의 선거를 치르면서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고 ‘유령 조합원’은 반드시 색출하고 개선해야 할 사안 중 하나로 남겨졌다.
여기에 정치적 이해관계에 기대어 표심을 자극해 선거판세를 유리하게 가져가려는 일부 특정 후보들의 행태는 조합장 선거 본연의 취지를 해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조합장 선거와 관련 그동안의 경과와 ‘깜깜이 선거’에서 과열ㆍ혼탁 선거 및 개선점 등은 무엇인지 짚어본다./편집자주  

* ‘깜깜이 선거’와 과열ㆍ혼탁 선거 언제까지

조합장 선거는 ‘깜깜이 선거’라는 말이 이번 조합장 선거에서도 어김없이 재현되고 있다.

전국동시조합장 선거는 농축협, 수협, 산림조합의 조합장을 뽑는 선거인만큼 지역경제와 조합원에게는 중요한 선거이지만 후보자의 선거운동이 과도하게 제한돼 ‘깜깜이 선거’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총선이나 지방선거처럼 선거법이 준용되고 있지만 예비후보 등록 기간이 없고 가족의 선거운동을 허용하지 않고 후보자 자신만 선거운동에 나서야 한다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현행 선거법상 선거공보나 선거벽보, 어깨띠ㆍ윗옷ㆍ소품, 전화ㆍ문자메시지, 정보통신망, 명함 등 6가지 방법으로만 선거운동을 할 수 밖에 없다.

병원 내에서 병문안이나 종교시설, 극장 내부, 조합 사무소나 지사사무소 건물 안에서 선거운동도 제한된다.

특히 지방선거나 총선에서처럼 할 수 있는 연설회나 토론회는 아예 허용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후보자의 자질과 능력, 공약의 실현 가능성 등 후보자 검증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약이 담긴 선거 공보물이 있기는 하지만 고령의 어르신들에게는 효과가 제한적인 것도 사실이다.

후보자들의 경우 조합에서 조합원 명단을 제공 받지만 전화번호가 없어 애를 먹는 경우도 많다.

후보자들이 조합원 명부를 열람할 수 있지만 이름 이외에 휴대전화 번호 등은 공개되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호별 방문이 금지돼 있고 선거 유세차량도 쓸 수 없어 선거운동에 많은 제약을 받고 있다.

선거운동을 하기 위해서는 조합원들을 만나야 하는데 가정 방문이 제한되다 보니 조합원들의 대문 안에 들어서는 순간 선거법 위반이 되는 것이 현실이다.

후보자나 유권자나 ‘깜깜이 선거’를 치를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이런 이유로 후보자들은 선거운동 방식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조합장에 도전한 후보는 “선거운동이 너무나 제한돼 저를 알릴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는데다 선거법에 저촉되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스럽다”며 “현행 위탁선거법이 현직 조합장에게 유리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데에서 개선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그는 “현직 조합장의 경우에는 오랫동안 조합장 출마를 준비해 왔고 유권자인 조합원에 대한 각종 정보를 많이 갖고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후보들은 조합원 정보가 부족해 애를 먹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고 하소연했다.

결국 현행 조합장 선거에서는 현직보다 일반 후보자가 여러 조건상 불리할 수 밖에 없는 현실적 어려움에 놓여 있다.

과열ㆍ혼탁 선거분위기도 끊임없이 이어졌다.

이번 조합장 선거도 일찌감치 선거 분위기가 과열되면서 본격적인 선거 운동이 시작되기도 전에 금품 살포 등 각종 불ㆍ탈법 행위가 우려됨에 따라 선관위도 조합장 선거와 관련 지난 1일부터 선거일인 8일까지 ‘돈 선거’ 근절 막바지 ‘특별단속기간’을 가동한 것이 이를 반증한다.

*조합장 선거 ‘룰’, 고칠 것은 고치자

조합장 선거는 지난 2005년부터 선관위에서 위탁관리를 하고 있다.

2015년부터는 선거의 효율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4년마다 전국에서 동시에 실시되고 있다.

선거는 대중이 대표자를 선출하는 의사 결정 절차 중의 하나다.

후보자들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공정한 기회가 주어지고 투표를 통해 대표자를 뽑는 선거문화가 절실히 요구되는 이유다.

조합장 선거도 이 같은 선거 고유의 의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

문제는 대부분의 예비 후보자들에게 정책은 고사하고 얼굴 알리기 조차 힘든 상황이 펼쳐진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일부 조합장 후보들은 수면 위가 아닌 수면 아래에서 금품이나 음식물 제공 등을 내세워 유권자의 표심을 자극하고 일부 유권자는 이 같은 유혹에 빠져드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도 여느 때와 다름없는 ‘깜깜이 선거’, 과열ㆍ혼탁 선거는 여전했다.

조합장 후보 누구에게나 형평성을 보장하고 조합장에게 주어진 과도한 특권을 조정하기 위해서라도 국회에 묶여있는 조합장선거 관련 법 개정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조합장 선거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공통된 인식이다.

특히 ‘비상임 조합장의 연임 제한’ 문제는 해결해야 할 고질적 사안이다.

현행 농업협동조합법 제48조 시행령에 따르면 자산총액 2500억원 이상인 지역농협은 비상임조합장을 두도록 하고 있으며 연임 제한 규정이 없다.

일각에서는 비상임조합장 체제 규정의 재·개정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 2009년 개정된 농업협동조합법에 따라 조합장 영구 집권의 길을 열어줬던 비상임조합장 체제 조항을 이제는 현실에 맞게 바꿔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유령 조합원’ 문제도 특정 조합장의 선거판세를 좌지우지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형평성 차원에서라도 기필코 개선되어야 할 시급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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