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출신 군속 25명 등 55명 사망, 진상규명 필요
“밀리환초로 강제동원된 피해자와 유족을 찾고 싶습니다. 이 사건의 진실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해 꼭 필요합니다”
(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이사장 이국언) 주관으로 지난 7일 광주광역시의회 브리핑룸에서 일본에서 활동 중인 강제동원 연구자 다케우치 야스토 씨가 ‘밀리환초 조선인 학살’ 사건을 고발한 기자간담회에서 던져진 화두.
밀리환초 사건은 태평양전쟁 말기 남태평양 마셜제도의 동남쪽 끝에 위치한 밀리환초에 강제동원된 조선인이 일본군의 잔혹 행위에 반발해 집단으로 저항했다가 55명이 학살당한 사건으로 담양 출신 25명을 비롯해 학살 피해자들은 모두 전남이 본적지이다.
증언과 진술에 따르면 일본은 1942년 초 부산항에서 2400명을 해군 군속 신분으로 배에 싣고 출발했는데 1600명은 다른 섬에 내리고 전라남도에서 동원된 800명은 밀리환초 비행장 활주로 공사 등에 동원돼 있었는데 1944년부터 미군의 해상 봉쇄로 보급로가 끊어지면서 고립되자 섬 곳곳으로 분산 배치해 현지 자활(자력갱생)에 내몰리는 처지였다는 것.
그러다 1945년 초 일본군이 조선인 2명을 살해한 인육을 ‘고래 고기’라고 속여 배급한 사실을 알게 되었고 조선인 군속들은 급기야 일본군 감시병 11명을 살해하고 탈출하기로 계획을 세우고 거사를 실행하던 중 일본군 일부가 옆 섬에 있는 일본군에 이 사실을 알려 중무장한 일본군 토벌대를 보내 저항에 나선 대다수 조선인을 반란죄로 총살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으로 최소 55명이 사망(총살 32명, 자결 23명)했는데 담양 출신 25명을 비롯해 학살 피해자들은 모두 전남이 본적지.
이같은 밀리환초 조선인 학살 사건은 2010년 정부(국무총리 소속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 조사 및 국외강제동원희생자등 지원위원회) 조사를 통해 피해자 55명의 성(姓)과 출신 군(郡)만 일부 밝혀진 바 있다.
국무총리 소속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 조사의 보고서에 따르면 120여 명의 조선인 중 생존자는 부상자 2명을 포함해 15명뿐이고 일본군에게 총살당하지 않기 위해 일부는 다이너마이트를 껴안고 자폭하기도 했으며 일부 조선인이 야자수 나무 위로 피해 목숨을 건졌는데 이들의 증언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뻔했던 사건이 공개될 수 있었다.
여기에다 당시 일본 정부가 만든 조선인 군무원의 반란 기록을 보면 일본군이 조선인을 무차별적으로 살해했음을 알 수 있다.
‘구해군군속신상조사표’에는 조선인 군무원들의 ‘반란’과 ‘토벌’에 관한 사항이 다수 발견된다.
이 중 조선인의 사망을 ‘전사’와 ‘전지 사망’(총살, 자결, 자살)으로 구분지어 기록한 부분은 조선인이 일본인에 의해 무차별하게 살해되었음을 방증하고 있으며 문서에 ‘한인들이 한 섬(체르본섬)에서 반란을 일으켜서…’라고 명기해 놓은 부분도 조선인의 학살을 증명하고 있다.
특히 간담회에서는 체르본 섬에서 발생한 밀리환초 학살사건 피해자 55명(담양 25, 광양 7, 고흥 5, 순천 4, 화순 3, 보성 3, 광주 2, 무안 1, 나주 1)을 포함해 밀리환초에 동원됐다가 사망한 218명(1942~1945)의 이름과 보다 상세한 본적지 주소를 밝힌데 이어 진상규명 자료수집 동원 상황과 본명의 명확화, 명예회복, 추도 기념 등 향후 풀어야 할 과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제시했다.
피해자나 유족은 (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에 연락하면 된다. 062-365-0815 / 010-8613-3041(이국언 이사장) /김고은 記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