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성군, 워케이션으로 청년들을 유혹하다 

익산의 청년시청, 군산의 술익는 마을, 전주의 둥근숲, 문경의 리플레이스 등 지역의 청년들은 문화, 역사, 자연, 특산물 등 지역 특색을 살린 콘텐츠로 외부의 청장년층을 끌어당김으로써 인구절벽과 지방소멸에 맞서고 있다. 

9월 기준 등록 인구 2만6638명, 65세 이상 인구 1만721명으로 고령인구 비율이 40%를 넘는 심각한 소멸 위기 지역로 주요 도시와도 멀리 떨어진 곡성은 인구가 워낙 적어 기업들을 유치하기도 어렵고 새로운 일자리 창출도 어렵다보니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으로 ‘일하는 시간이라도 우리 지역에 머물러 달라’는 색다른 시각의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일(work)과 휴가 생활(vacation)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워케이션 공간으로 말이다. 

COVID-19 확산 이후 많은 사람들이 재택근무를 경험했고 젊은 세대의 근무환경에 대한 인식은 일과 휴가의 조화, 높은 수준의 워라밸 등 실현가능한 하이브리드 근무 형태를 선호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변화했다. 

이에 맞춰 기업에서는 인재확보를 위한 원격근무와 워케이션을 도입했고  이는 지역의 관광산업 활성화와 인구감소 문제를 고심하던 지자체들의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다. 

그 가운데 곡성군은 2019년 귀촌 청년들이 설립한 팜앤디 협동조합에서 시도한 ‘러스틱 타운’을 통해 워케이션의 성공 가능성을 엿보았다. 

곡성군이 확보한 지방소멸대응기금을 투입해 ‘러스틱타운 고도화’사업으로 성과를 극대화시켜 체류형 생활인구를 늘리고 지역경제를 활성화 시킬 방안이다. 

■팜앤디협동조합, 러스틱 타운 1호점 

서도명 대표는 어린 시절 할머니가 살아 계셨을때 왔던 기억에 의존해 농촌공동체에 뜻이 있던 친구들과 의기투합해 2017년 곡성군으로 이주해 왔고 팜앤디 로컬벤처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현재는 인구를 늘리기 위해 워크빌리지 운영, 일자리 지원, 매거진 발행 등 각종 사업을 기획하고 추진하고 있다.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 창업준비와 공모전 등을 나갔고 우승하다보니 군에서 정책 사업을 같이 하고 싶다고 먼저 찾아왔다. 

그렇게 2019년부터 3년간 곡성 100일 살기 프로그램인 ‘청춘작당’을 운영했다. 

기수마다 청년 30명을 모집해 숙소와 차량, 생활비를 지원하고 온라인 지도 등록이나 디지털 교육 커리큘럼 제작 등 실제 지역 문제를 해결하도록 구성했다. 전체 90명 중에서 46명이 정착을 시도하고 3년 이상 거주한 청년도 23명이나 돼 약 26%의 정착 비율을 보였다. 

다른 지역의 농촌 살아보기 프로그램은 평균 6%만이 정착을 시도하는 것에 비하면 고무적이였다. 

그러나 정착에 실패한 사례를 분석해보니 주거, 일자리 품질, 문화네트워크 문제 등 부족함이 발견돼 청춘작당이 외부적으로는 성공적인 모델로 보였지만 ‘왜 이정도 밖에 남지 않았는가’가 중요한 문제로 떠올랐다.  

지역으로 돌아오는 청년들에게 각종 창업지원과 쇠퇴하는 공동체 환경을 직접 지원하는 '재생·활력' 사업을 하고 있지만 한정적인 소비 시장에서 지원을 끊는 순간 무너져 지속가능성이 낮다.  

그렇다고 매년 인구가 1000명씩 줄어들고 유동인구도 적은 곡성은 일할 수 있는 기업조차 없어 정착 이후에도 순창, 화순, 광주로 출퇴근하게 된다. 곡성에 장기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한 끝에 생활인구확보가 관건이라 생각해 ‘러스틱타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러스틱타운은 폐교나 침체된 관광지 등 지역의 빈 공간을 기업 업무 공간으로 바꾸는 프로젝트다. 이를 통해 곡성에 상주하는 기업을 늘리고 디자이너나 개발자 같은 프리랜서들도 이용할 수 있는 업무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다. 농촌살이 활동으로 유입된 청년을 정착시키려면 결국 일할 기업과 환경이 필요해서다.

기업을 데려오기 위해서 ‘로컬의 판교’라는 컨셉으로 농촌 생태계를 바꾸겠다고 군을 설득해 유명무실해진 관광지 심청한옥마을을 임대받아 15채의 주거공간과 1개의 공용업무 시설을 조성했다. 

곡성의 이미지를 ‘이상적으로 일하는 방법을 실현하는 장소’로 만들고 기업이 유입되는 환경으로 만드는 시도다. 

프로젝트 수준의 소규모로 시작한 사업이었지만 러스틱타운 심청점에는 112개 기업 700~800명의 직원이 다녀갔고 재방문율은 43%에 달했다.

또 행정안전부가 추진하고 있는 고향올래 공모사업인 '워케이션 분야'에 선정되어 심청한옥마을의 유휴시설들을 보수하고 확장할 계획이다.

러스틱타운의 성공 비결은 운영방침이다. 

기업들과 컨택해 계약할 때도 거주지 자율근무제라는 개념으로 접근했다.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도시기반 확충 지역이나 이에 준하는 고성, 제주 등 휴양 관광자원이 풍부한 지역에서 워케이션이 생겼고 지자체도 적극적으로 경쟁에 뛰어들고 있지만 유치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러스틱 타운은 기업의 수요에 맞춰 ‘휴양’보다 ‘업무생산성 향상’을 강조한다. 

업무생산성이 고객 기업에서는 최우선 고려사항이며 생산성 향상을 위한 환경 조성 외에 체험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은 적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별도의 체험프로그램은 운영하지 않는다. 

대신 기업의 이용 편의성을 고려한 근태 시스템 구축 및 관련 컨설팅 등 맞춤형 서비스 제공으로 호응을 얻었다. 다른 워케이션 프로그램과는 다르게 기업 내부 인터넷망을 연결해도 보안이 잘 이뤄지는 등 기업 측에서 느낄 수 있는 장점이 많다.

그리고 직장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퇴근 후 개인 생활 보장'을 위해 1인 1실을 제공해 자연 속에 있는 심청한옥마을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자유롭게 주변 관광지 등을 여행한다.

워케이션 사업 첫해 6월부터 9월까지 3개월 동안 42개 기업 187명, 지난 4월 27일부터 6월까지 23개 기업 임직원 140여명 등 최근까지 110개의 기업이 심청한옥마을에서 실적을 쌓았다.

또 지난 4월 27일부터 6월까지 23개 기업의 임직원 140여 명이 심청한옥마을을 방문해 직장 업무를 수행했으며 참여 기업 중 98%가 재방문 의사를 밝혔다.

15기 포레스트 캠프가 진행 중인 심청한옥마을에서 만난 성남에서 온 A씨는 ‘일하다 고개를 돌리면 아름다운 풍경에 힐링이 된다’며 ‘혼자 작업하는 일이라 집에서도 해도 되지만 다른 환경에서 일해 보고싶어서 왔다’며 ‘만족도 100%, 재방문의사 100%로 적극 추천한다’고 말했다. 

쉬장의 게시판에는 그동안 방문했던 사람들의 후기가 빼곡했는데 업무의 집중도가 높아지고 좋았다는 내용과 재방문을 했다는 내용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곡성군×팜앤디협동조합

일찍이 팜앤디를 발견해 청춘작당을 맡겼던 곡성군은 지자체가 확보한 지방소멸대응기금을 러스틱 타운 고도화에 투입하기로 하는 등 팜앤디와 함께 청년들이 머무르며 성장 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곡성으로 더욱 발전시키기로 했다. 

워케이션 프로그램을 확대한 ‘워크빌리지 인(in)곡성’을 추진하고 개발자·디자이너·기획자 등 전문 직군을 대상으로 한 포레스트 캠프도 진행하고 있다. 

옛 삼기중학교 부지에 가족체류형 농촌유학과 워케이션 청년 거주 시설을 조성해 단기간 머무르는 형태를 벗어나 장기적으로 곡성에 거주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할 방침이다.

지금은 단기간 머물며 업무를 보는 워케이션이 중심이지만 2025년부터 스타트업에 업무 공간을 제공하는 창업마을, 이후 대기업이 제2사옥으로 이용할 수 있는 기업마을로 확장할 계획이다. 

내년 6월엔 폐교된 옛 삼기중학교 약 1만4000㎡(4만6000평) 부지에 2호점을 열어 임직원 40여명이 입주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곡성에 상주하는 기업을 늘리고 디자이너나 개발자 같은 프리랜서들도 이용할 수 있는 업무 공간을 마련할 예정이다. 

지역발전을 저해하는 장기간 방치돼 있는 유휴공간이 리모델링되어 생명력이 살아 숨쉬는 공간으로 재탄생되면 주민뿐만 아니라 외부인 역시 관심을 갖게 된다. 심청한옥마을과 폐교된 삼기중학교 등 유휴화된 농촌 시설의 활용을 통해 농촌에서의 소비활동 증대와 주민의 소득 증대를 가져온다.  

또한 휴가철이나 주말 및 휴일에 집중되는 기준의 농촌관광과 겹치지 않아 새로운 비수기 시장 개발 효과까지도 기대가 된다. 

기획취재에서 살펴본 가와바마을은 도쿄의 세타가야구의 제2의 고향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50여년 간 도농 교류를 지속하고 있다. 향후 100년을 내다보고 효과가 미미한 정주인구 확대 중심 정책 대신 관계인구 확대 중심의 정책으로 전환을 선언하며 청년과 학생들이 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비슷하게 청춘작당과 러스틱타운으로 인연을 맺은 사람들이 곡성을 다시 찾으며 제2의 고향으로 만들어가고 있어 곡성군의 지역소멸 위기 돌파구에 빛이 보이는 것 같다./김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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