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곡마을학교 

기획특집/마을에서 교육력을 강화하는 곡성 마을교육공동체 
죽곡마을학교 

11개의 마을학교가 있는 곡성은 마을에서의 교육력을 강화해 지역교육사업의 실행 주체로 참여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큰 틀이다. 

이 가운데 죽곡면은 마을학교라는 시스템이 있기 전부터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마을학교를 운영해오고 있던 곳이다. 

함께마을교육 사회적협동조합과 죽곡초등학교, 주민자치회, 면사무소, 지역아동센터가 죽곡면마을교육자치회를 구성했다. 

이들이 든든히 뒷받침해주고 있는 죽곡마을학교(대표 박진숙)는 ‘마을 교육 자치’로 아이들이 스스로 목소리를 내고 지역 안에서 주민으로 성장할 수 있는 것을 목표로 하고 마을에서 아이들을 함께 키우고자 마련한 공동체 배움터다. 

죽곡면에는 상시 오픈되어 있는 농민도서관이 있어 도서관 운영위인 주민들의 주도하에 도서관 안에서 ‘아빠랑 간식 먹자’, ‘책 모임’, ‘여름캠프’ 등의 프로그램을 자체적으로 꾸려나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2015년 교육청을 통해 마을학교 시범사업을 함께하자는 제안이 왔다. 

하지만 공모사업이나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으면 기존에 잘해온 것들이 흔들릴 수 있다는 생각에 회의적이였던 주민들은 거절을 했고 2년간 곡성과 영광의 마을학교 시범사업의 진행 모습을 지켜봤다. 

다행히 학교 중심이 아닌 마을교육 공동체에 대한 가치를 명확히 해주고 마을의 교육력을 높여 마을 공동체 형성에 목표를 둔 것이 보였다.   

그래서 2017년 다시 제안이 왔을 때는 전라남도 지정 마을학교로 공식적인 출범을 했다. 

그전에는 작은 도서관 운영위원회 가운데 교육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 중심이 되어 동네 아이들이 방치되지 않게 도시 청년들도 불러 활동을 해왔지만 마을학교 타이틀이 달린 뒤로는 ‘마을교육 공동체’에 대한 고민과 마을의 일원이 아닌 마을학교로서 학교와 연결을 어떻게 하면 좋을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 것이다. 

죽곡마을학교의 뿌리는 마을 교육자치와 생태교육이지만 이는 다양한 줄기로 뻗어나가고 있다. 

마을학교의 첫 시작은 죽곡초 안에 학부모 독서회였다. 아침 등교시간에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엄마 활동을 하다보니 아이들의 말이 참 재밌게 느껴졌다. 

또 마을학교 수업을 하는 창조적 체험시간과 중간 놀이 시간에도 아이들의 재잘재잘 쏟아내는 말들이 아까워 “글로 한번 써보자”, “책으로 한번 내보자”라는 의견이 모아져 ‘라면 맛있게 끓이는 법’이라는 책이 되었다.   

“출판의 전 과정을 우리들 스스로 하겠다”는 아이들의 당당한 주문으로 표지와 내지 디자인, 교육감과 동화작가에게 부탁한 추천사까지 모두 주체적으로 만들어 냈다. 

다음 해에는 토란 농사를 지었다. 

곡성은 토란의 주산지이지만 의외로 아이들은 농사나 마을 생태계를 잘 모른다. 죽곡초 역시 아이들의 삶에 기반한 교육을 고민하다 보니 부모님과 할머니, 할아버지가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하고 생태와 전통문화를 지켜내는 훌륭한 농부라는 것을 몸으로 배우게 할 수 있는 교육을 환영하며 도서관 옆에 있는 밭을 임대해 토란농사를 지었다. 

또 농사를 지으며 느낀 생각과 이야기들을 지역의 청년 밴드와 함께 노래로 만들어 학년별로 음반을 내기도 하는 재미난 일들을 많이 벌렸다. 

지금은 ‘생태텃밭 정원 농사’라는 정규 수업으로 자리잡았다. 

박진숙 대표는 아이들과 학교, 마을 주민들이 한데 어우러질 수 있고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수 있는 구심점은 마을의 작은 도서관이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마을에 상시 오픈된 작은 도서관이 있어 운영을 맡은 주민자치회 위원들이 수시로 소통하다 보니 우리 마을이 더 잘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행동하게 만든 것이다. 

특히 생태텃밭 프로그램은 다른 학교에서도 진행해달라고 수많은 요청이 들어오지만 “지역에 있는 사람들이 지역의 아이들과 상시적으로 접촉을 할 수 있는게 마을 학교의 장점이기 때문에 우리가 죽곡면을 떠나 다른 면에 가서 수업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고사했다. 

대신 곡성 미래교육재단에 요청해 생태텃밭 정원수업 연구회를 꾸리고 교사 양성과정을 통해 15명의 강사를 배출해 관내 유초중고 12곳에서 수업을 하고 있다. 마을에서 시작된 생태수업이 곡성군의 지역화 교육과정으로 확장된 것. 

박진숙 대표는 마을학교, 도서관, 주민자치의 영역으로 구분하며 일하지 않는다. 행정은 칸막이가 있어도 마을에서는 다 같은 영역이기 때문이다. 마을 학교도 마을 공동체 영역의 틀이고 주민자치도 공동체를 활성화시키고 유지하기 위한 영역 중의 하나로 본다. 

대다수의 농촌은 젊은 사람들은 떠나고 남은 사람들은 고령화되어 가고 유입은 더 어렵다보니 지역이 축소된다. 사람이 없어 미용실도 학교 앞 문구점도 구멍가게도 마침내 학교도 사라지게 된다. 

폐교 위기에 처했던 죽곡초는 도서관 중심의 작은 학교 살리기 운동으로 살려냈다. 
지역과 서비스가 축소되는 것을 가만히 보고만 있었으면 가만히 끝났을 일이였지만 완벽하지는 않아도 주민 스스로 부족한 사회 서비스들을 만들어내고 방향을 바꾸어 해결해가는 것이 마을과 사람들의 힘이다. 

박진숙 대표가 아이들을 데리고 귀촌을 했을 때는 도시보다는 시골에서 자라는게 더욱 주체적으로 살 수 있을 거라는 판단이였다. 

하지만 문화와 인프라가 줄어들다 못해 없어진 곳에서 행복해질 기회도 줄어들자 대체할 수 있는 것들의 필요성이 느껴졌다. 

도서관 안에서 할 수 있는 작은 일들을 하다보니 주민자치회가 만들어지고 반찬나눔, 119 사업, 찾아가는 마을 음악회를 하며 공동체 문화가 형성이 되었다. 아이들 교육도 읍이나 광주로 멀리 나가기 힘들어 주민들이 할 수 있는 것들을 내놓다보니 모든 것이 마을 학교로 연결 된 것이다. 

주로 노인들이 눈에 띄는 농촌은 부족하기는 해도 이들을 위한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반대로 아이들은 보이지 않다보니 이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잊고 이들을 위한 참여나 시스템은 거의 없다. 주민자치위원 연령 제한이 있던 시기에는 죽곡초 다모임 아이들도 위원으로 넣기 위해 조례를 두고 군과 함께 싸우기도 했다. 

이런 활동을 거치며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지역 안에서 목소리를 내려고 하고 주민들은 아이들의 미래까지 생각하는 시야를 갖게 되었다. 

이제는 기후위기 시대에 아이들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가 죽곡마을사람들의 새로운 고민이 되었다. 

생태공감능력을 키워주고 마을 주민으로써 내 목소리를 내고 그것이 어떻게 해결되는가를 지켜보고 평가할 수 있는 힘을 키워내는데 방점을 찍으려고 한다. 

다행히 죽곡초하고 많은 부분들이 맞닿아 있어 내년에는 더 많은 활동을 함께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가 되는데 열정이 넘치는 죽곡마을학교에서도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은 인력이다.  

마을 활동가들의 활동이 이어져가야 하는데 마을 교육 공동체 활동으로는 생계를 이어나가기 힘들고 젊은 청년 귀농인들에게 열정페이를 강요할 수는 없는 것. 

마을 교육 공동체에 누구든 같이 참여하고 생계에 너무 위협받지 않는 구조가 갖춰져야 하는 것은 여전한 문제이다. /김고은 記者

저작권자 © 담양곡성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