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은주(국민연금공단 북광주지사장)

매년 이맘때가 되면 지사에 걸려오는 전화가 있다. “그 거시기, 올해는 얼마나 오른다요?” 투박하면서도 조금은 기대하는 목소리로 묻곤 한다. 올해는 받는 연금액이 얼마나 오르는지 궁금해서 걸려오는 전화들이다.

매년 1월에는 전년도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지급하는 연금액을 인상하기 때문이다. 올해는 국민연금 연금액이 2.3% 인상된다. 연금액 인상률을 애기할 때면 “에헤, 짜장면 한 그롯도 못사먹겠네”, “휘발유며 음식값이며 물가가 얼마나 올랐는데 고작 그거 올라요” 등등 인상액이 적다고 푸념하는 분도 계시지만 매년 인상해주니 고맙다는 분들도 계신다.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짧아 받는 연금액이 많지 않다 보니 인상액이 적다고 느끼는 건 십분 이해가 된다. 하지만 내가 살아있는 동안 평생 받고, 매년 물가상승률만큼 연금액이 오르는 건 정말 국민연금의 가장 큰 매력이다.

국민연금 제도의 또 다른 장점은 크레딧 제도와 보험료 지원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다. 출산 · 군복무 등 사회적 가치에 기여한 자에게 가입기간을 추가로 인정해주고 있으며, 구직급여 수급자 중 희망자에게는 월 보험료의 75%를 실업크레딧으로 지원하고 있다. 

그리고 취약계층 등의 보험료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보험료 지원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지원요건을 충족하는 저임금근로자와 가사관리사는 월 보험료의 80%를, 저소득 지역가입자와 농어업인은 월 보험료의 50%를 지원받을 수 있다. 물론 월 지원 한도 및 지원 기간은 지원 대상에 따라 다르게 적용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우리나라의 노인 인구는 1,000만 명을 돌파했고, 올해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우리는 매년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자동차 사고를 대비해 자동차 보험을 갱신하면서도 국민연금 가입에는 인색한 편이다. ‘노령’이 누구나 겪게 될 위험인 걸 알면서도 아직은 내게 먼일처럼 느껴서일 것이다. 하지만 ‘노령’은 내가 피한다고 피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반드시 그리고 미리 준비해야 한다. 공적연금으로 국민연금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이자 연금개혁이 시급한 이유이기도 하다.

흔히들 연금개혁을 ‘코끼리 옮기기’에 비유한다. 덩치가 산만한 코끼리를 옮기려고 한다면 얼마나 힘들 지 상상이 간다. 연금제도의 당사자가 전 국민이다 보니 국민의 삶과 직결되면서도 인구와 경제구조 전반을 고려해야 하는 크고 복잡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연금개혁 공론화를 위해 시민대표단 500인의 토론회가 TV로 중계되고, 정부의 연금개혁안이 발표되면서 그 어느 때보다 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었다. 하지만 여야 간 입장 차이로 개혁에 대한 논의는 사실상 찾아볼 수가 없었다. 최근 여야가 연금개혁 입법공청회 개최 등 다시 논의를 시작하려고 한다. 더 늦기 전에 연금개혁을 위해 한 걸음이라도 떼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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