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북 늘푸른 마을학교
수북에서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윤진 늘푸른 마을학교 대표.
큰 아이가 벌써 중학생이 된 베테랑 학부모지만 처음에는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몰라서 인터넷으로 육아정보를 검색하던 초보 엄마였다.
그저 아이들과 더 많은 추억을 쌓을 수 있는 진한 유년기를 만들어주고 싶어 담양으로 왔고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는 마을학교가 있길래 참여하던 학부모였다.
하지만 바쁘게 일을 하다보니 정작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별로 없었고 코로나를 겪으며 한정된 공간에서 답답해하는 아이들이 안쓰러워 새로운 도전을 해보면 어떨까 생각이 들었다.
우연히 본 드론축구는 아이들의 호응도 좋을 것 같고 다른 마을학교에서도 하고 있지 않아 마을학교 수업으로 제안을 했다.
그러나 외부 강사를 초빙하거나 드론 구입을 할 수 있는 예산이 없었고 제한사항들이 많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래도 자신이라도 배워두면 언젠가 도움이 되지 않겠나 싶어 드론 조종을 배우고 자격증을 따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드론이 더욱 활성화되고 학부모와 아이들 관심을 얻기 시작해 2022년 처음 드론축구 수업을 개설하게 되었고 늘푸른마을학교의 대표 수업이 됐다.
윤 진 대표가 아이들에게 드론 축구를 가르치는 목표는 ‘우승을 맛보자’였다. 모든 아이들이 공부로 1등을 하거나 태권도 대회, 피아노 콩쿨에서 1등을 하는 기쁨을 누릴 수 없다.
인생에 1등이 무조건 중요하다 말할 수는 없지마 어떤 분야에서든 포기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심어주고 우승을 해 본 아이들은 또 그런 오기를 가질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아이들이 ‘우승의 맛’을 알게 해주고 싶었다.
게다가 드론축구는 5명이 한 팀으로 꾸려져 우승을 하면 다섯 명 모두 우승자가 된다. 그렇게 아이들의 자존감과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는 수업이 시작했다.
아이들에게 드론 조작법과 드론축구 규칙을 가르친 뒤 무작정 대회에 출전했다. 많은 아이들이 열심히 하는 모습을 현장에서 보여주고 느끼게 해주고 싶어서였다. 윤 진 대표도 드론축구를 배우며 대회에 나가봤는데 체육관에서 배우는 것보다 한 번 대회에 나가 보고 배우는 것이 더 효과적이었고 아이들도 내가 받았던 그 짜릿한 긴장감을 느껴봤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였다.
드론축구대회는 각각 조별 예선리그를 치르고 올라가는 토너먼트 형식이다. 한 조에 4팀이 겨뤄 이겨야 본선에 올라갈 수 있는데 3위를 하며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다음 대회는 다른 아이들로 팀을 꾸려 나갔는데 대회 시작하자마자 드론이 뒤집히는 바람에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허무하게 끝나버렸다.
그런데 ‘그냥 나가보는거야’라던 아이들이 대회 출전 이후 확 달라졌다. 체육관에서 여유를 부리며 놀던 아이들이 이를 갈기 시작한 것.
연습할 때도 실전처럼 이기려고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규칙도 공부하며 소흘하던 기체관리도 꼼꼼히 하기 시작했다.
연습에 집중해라, 부속품 관리를 해라, 기체를 험하게 다루지 마라 다양한 잔소리를 하는 활동시간이였는데 180도 달라졌다.
드론축구 연습장과 스케줄을 잡아주기만 하면 적극적으로 연습에 달려들었고 기체관리도 자발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한 것.
유대감 형성을 위해 학년 별로 팀을 구성해주는대로 움직이던 아이들이 서로의 실력과 팀웍을 곁눈질해 자발적으로 팀을 구성하고 전술을 다양하게 확장시켜나갔다. 이번 대회에서는 꼭 이기고 싶다는 마음에 대회 2주전부터는 매일 시간을 맞춰 훈련을 하고 다양한 전술도 시도했다.
그 덕에 2023년 제1회 국토부장관배 유소년드론축구대회, 제4회 전주시장배 솔내전국유소년드론축구대회, 제1회 고흥군수배 드론축구대회 등 전국 대회 우승을 비롯해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드론축구 챔피언십 국제대회에 참가해 3위의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또한 지난해 국토교통부 장관배 전국 드론축구대회에서 준우승, 제2회 남원시장배 전국 드론축구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하는 등 3년만에 전국에서 손꼽히는 드론축구팀 강자로 떠올랐다.
윤 진 대표는 “내 아이들에게 경험의 폭을 넓히고 자신감을 키워줘 다양한 세계를 보여주고 싶었을 뿐인데 내 역량을 생각지 못하고 앞장서서 한다고 한걸까? 내가 드론축구를 가르칠 실력일까?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지만 마을학교 수업을 하면서 나도 함께 성장해 나가는 가치를 깨닫게 됐다” 말했다.
나 스스로도 바뀌어야 하는 상황들이 쉽지 않았지만 아이들을 데리고 대회에 나가며 적극적으로 상황을 맞이하는 나의 변화를 발견하며 나도 성장하고 있구나를 깨닫게 된 것.
이는 윤 대표의 모습만이 아니였다.
마을학교에서 드론축구를 배우고 대회에 나가는 아이들에게 조용히 응원을 보내던 학부모들을 대회장으로 불러 아이들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집에서도 드론을 잘 조정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로 관심사를 넓혀가며 공부하는 모습을 보이고 연습시간을 지키는 생활 태도, 친구들과 협동하는 모습 등을 보여주자 학부모들의 관심도가 높아졌다.
초기에는 드론 축구 대회가 열리면 윤 대표가 한 팀만 차에 태워갈 수 있었다. 점차 실력이 늘어 대회에 나갈 팀이 늘어나자 차량 운영비도 발생하고 매번 대회와 연습마다 쓰는 소모품도 만만치않아 마을학교 운영비로는 감당이 버거워졌다.
마을학교에서 드론축구 외에 다른 프로그램도 운영을 하고 있다보니 마을학교 예산만으로 아이들의 꿈을 응원하기 어렵다는 것을 안 학부모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청년협의체가 만들어지고 드론 축구대회에 지원하는취지로 여러 공모사업에 신청을 해 대회 출전용 버스가 마련됐다.
지난해부터는 윤 대표 외에도 다른 학부모들도 드론에 관심을 갖게 되어 교육을 받고 교육을 받고 자격증을 따고 있어 아이들에게 더욱 든든한 서포터즈가 되고 있다.
올해는 드론 축구월드컵도 예정되어 있어 전세계적으로 열기가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 5만이 안되는 시골의 작은 마을학교지만 ‘우리도 전국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다’는 것을 선배가 후배에게 보여주었고 후배들이 선배가 되어 우승을 이어나가는 전통을 만들어 가는 것이 다음 스텝이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