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7년 연속 문화 관광축제 선정된 한산모시문화제
한산모시문화제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전통섬유를 소재로 열리는 축제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한산모시짜기’의 역사성과 우수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매년 6월 서천군 한산면 한산모시관 일원에서 열리는 전통문화 계승형 지역축제의 성격을 띄고 있다.
전국의 자치단체들이 축제를 통해 인구감소와 경기침체의 위기를 돌파코자 지역축제를 개최하는 상황 속에서 서천군은 ‘한산모시’라는 고유의 콘텐츠로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1500여 년 역사를 자랑하는 한산모시가 전통문화의 뿌리이자 미래의 지속성을 담아낼 국가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조명하는 한편 축제운영의 탄탄한 체제를 구축함으로써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하는 문화관광축제에 7년 연속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한산모시문화제는 지난 1989년 저산문화제란 이름으로 시작됐다. 이후 1998년 전국 18대 관광문화제와 충청남도 3대 문화제로 선정되면서 명칭을 한산모시문화제로 변경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올해로 35회째를 맞은 한산모시문화제는 6월 13일~15일까지 ‘한산모시, 시간을 짜서 역사를 빚다’를 주제로 서천군이 주최하고 서천문화관광재단과 한산모시문화제추진위원회가 주관해 열렸다.
축제에 투입된 예산은 10억3380만원 (국비 3200만원, 도비 960만원, 군비 9억9220만원)이다.
주요 프로그램으로는 저산팔읍 길쌈놀이, 미니베틀짜기 체험, 한산모시학교, 신진디지아너 경진대회, 바람음악회, 한산주막 등이 있다.
대표 프로그램인 저산팔읍 길쌈놀이는 베짜기에 관한 민속놀이로 보존회원, 예술인, 지역 학생, 관광객 등이 참여해 전통문화 계승은 물론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행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관광객이 직접 모시 제작과정을 체험하는 한산모시학교, 한산모시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는 모시옷 패션쇼와 모시옷 입기 체험, 서천군의 또 다른 특산물인 소곡주를 체험할 수 있는 한산 옛주막 등 다른 축제에선 볼 수 없는 한산모시문화제만의 차별화된 프로그램들로 구성했다.
축제 홍보는 충남권에 유통되는 맑은 린 소주 20만병에 한산모시문화제 홍보라벨을 부착하고 인스타그램 등 SNS를 활용해 축제 진행 상황을 수시로 공유하여 관람객의 혼선을 줄였다.
특히 올해부터는 한산모시문화제 업무를 서천문화관광재단이 맡아 민간주도형 축제로의 운영을 강화했다.
자치단체는 순환보직으로 업무 노하우를 축적하기 어려운 구조인만큼 그동안 대행사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지만 올해부터 재단 내 문화관광팀(4명)에서 주최하며 민간 전문가의 역량을 바탕으로 축제 기획에 나서 운영 노하우도 쌓아갈 계획이다.
한산모시문화제는 7년 연속 문화관광축제로 뽑히는 등 전국 지역축제 가운데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지만 확장성과 지역경제 파급 효과 강화 등은 여전히 숙제가 되고 있다.
서천문화관광재단 정찬영 문화관광팀장은 “축제는 놀이성과 일탈성이 강하지만 한산모시는 무형유산을 기반으로 하는 전승·홍보·장인 시연 등 문화제 성격이 강하다는 한계성도 있다”며 “필모시 가격이 1필에 120만원에 달하는 등 고가이다보니 한산모시를 활용한 콘텐트 확장이나 다양한 프로그램 추진에는 어려움도 있다” 말했다.
서천군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며 한산모시의 맥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현대모시 개발과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현대모시는 모시째기와 짜기 등의 과정을 거치는 전통적인 방식과 달리 재배와 수확 후의 전 과정이 기계 자동화 공정을 통해 이뤄진다.
이에 한산모시문화제가 모시산업 육성의 계기가 되고 축제 기간 외 모시상품 판매와 체험 등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현대모시 생산을 위한 한산모시 기계화 사업 등도 추진 중이다.
이 외에도 서천군청 경제진흥과 모시소곡주팀에서 전통모시 육성을 위한 한산모시 후계인력육성 교육도 진행 중이다.
◎한 단계 더 나아가기 위한 특색있는 콘텐츠
이야기가 있는 축제·머물고 싶은 축제
한산모시문화제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특산물 구매 라이더 서비스와 다양한 체험형 콘텐츠다.
축제 방문객들이 특산물을 무겁게 들고 다니는 불편함 없이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특산품 구매 시 주차장까지 배달해 주는 서비스다.
특산물 부스에서 구매가 이뤄지면 종합안내소에서 이동서비스를 접수해 각 주차장에 마련된 특산물 수령 부스에서 수령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올해 대나무축제에서 블루베리와 토마토, 죽향도가의 각종 주류, 담양한과 등 훌륭한 특산품이 많은 방문객의 발길을 붙잡았지만 행사장에서 주차장까지 이동의 불편함이 있어 특산품 부스 농가들이 더 많은 소득을 늘릴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친 것이 아쉬웠다.
내년 축제에서 특산물 라이더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다양한 특산품을 선보이는 부스에서 방문객들의 소비 심리를 자극하고 실질적인 구매 증진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 기대가 된다.
더불어 축제의 놀이성과 일탈성을 충족시키는 다양한 체험행사는 방문객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하고 지역 문화에 대한 깊은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한산모시문화제 행사장 내 한산주막에서는 소곡주를 활용한 시음 및 다과 체험을 무알콜과 어린이 체험 등 세분화해 제공했다.
이는 축제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콘텐츠로 관광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동시에 지역 특산품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주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또한 모시 제작과정을 직접 체험하고 기념품을 만들어 가져갈 수 있는 한산모시학교는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참여를 유도하며 모시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
특히 ‘모시할머니의 수상한 수영장’과 같이 축제 캐릭터를 활용한 체험 콘텐츠는 어린이들에게 큰 인기를 얻으며 자연스럽게 축제의 스토리에 몰입하도록 기획했다.
이전 한산모시문화제에서도 모시할매를 따라 한산모싯잎차를 먹는 방법, 모시베틀 짜는 방법 등 다양하게 모시할매라는 캐릭터를 통해 스토리라인을 구성해 다양한 연령대가 자연스럽게 한산모시의 문화를 접하게 만들었던 전적이 있는 한산모시문화제다.
이는 백화점식 나열로 지역문화 소개, 특산품 전시 등을 하던 여타 축제들과 차별성을 주어 한산모시문화는 특별한 경험을 한다는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
사람들은 새로운 것에서 비롯된 것이나 경험하지 못한 것에 감탄하게 된다. 모든 것을 새롭게 할 수는 없지만 익숙한 것에서 새로움을 찾아 또다른 이야기로 만드는 묘수를 찾아내는 것이 지역 축제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어 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