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지역과 함께 살아 숨쉬는 정원, 이스이엔과 요시키엔

■ 차경의 정수를 담은 이스이엔 

 

나라의 대표정원 이스이엔(依水園)은 ‘물을 의지한 정원’이라는 이름처럼 연못이 중심인 회유식 정원이다. 전원(앞마당)은 에도시대 상인 키토 쿠리야가 조성했고 후원(뒷마당)은 메이지 시대 상인 도요타마 미쓰이가 확장했다. 

후원에 들어서면 차경의 진수가 드러난다. 

연못 너머로 도다이지 남대문의 지붕선이 시야에 들어오고 그 뒤토 와카쿠사야마·카스가야마·미카사야마가 겹겹이 이어진다. 

연못 수면에는 건축물과 산세가 함께 비처 물위의 차경을 형성한다. 

안내판에도 Borrowed-landscape garden이라는 문구를 적어둘 만큼 이곳은 일본 정원에서 차경의 개념을 가장 극명하게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차경은 일본 정원을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개념이다. 단순히 산과 하늘을 배경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정원의 경계를 넘어 외부 경관을 끌어들여 내부 풍경으로 삼는 기법이다. 

무로마치 시대의 사찰 정원에서 차경이 본격적으로 발전했으며 에도 시대에 들어 회유식 정원과 결합해 절정에 이르렀다. 

대부분의 정원이 주변 산세를 차경으로 삼는데 그쳤다면 이스이엔은 한걸음 더 나아가 역사적 건축물인 도다이지 남대문까지 정원의 일부로 편입했다는 점에서 독보적이다. 

자연과 인공, 현재와 과거가 한 장면에 포개져 정원의 시야를 확장한다. 

이스이엔은 차경 뿐만 아니라 다도문화와 깊이 연결되어 있다. 

전원에는 산슈테이라는 다실이 있어 문인과 예술가들이 모여 시와 차를 나누며 교류했다. 
후원 숲 속에는 린케이안이 자리해 또 다른 다실로 기능했으나 지금은 터만 남아 옛 자취만 전한다. 

현재는 정원 안 다실인 효신테이가 운영되며 방문객이 말차와 화과자를 맛보며 정원을 감상할 수 있다. 이스이엔은 교류 공간과 현재의 체험공간을 아우르며 단순한 경관이 아니라 생활과 문화가 이어지는 정원으로 기능하고 있다. 

 

■ 이스이엔과 다른 매력, 요시키엔 

이스이엔을 나오면 바로 요시키엔이다. 나라현이 관리하는 정원은 외국인에게 무료개방된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뚜렷한 세가지 테마가 있다. ▲연못정원은 전통 건축과 물이 서로를 비추며 하나의 풍경을 완성하고 ▲이끼정원은 푸른 융단과 같은 풍경 속에 세월의 흔적이 깃든 석등을 통해 와비사비의 정취를 전한다. ▲차의 정원은 다실과 이어져 있어 다도의 생활 미학을 정원 속에 담아낸다. 

 

 

곡선형 자갈길을 따라 걷다보면 작은 정원들이 차례로 모습을 바꾸며 이어진다. 이스이엔이 차경의 웅장함을 보여줬다면 요시키엔은 소박한 공간 속에서 시간과 고요의 미학을 전한다. 
불과 몇 걸음 사이에 일본정원의 두 축이라 할 수 있는 차경과 와비사비를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 정원에서 사슴공원으로 이어지는 관광 

 

요시키엔을 나서면 또 다른 풍경이 기다린다.

바로 나라공원(사슴공원)이다. 약 1200마리의 사슴이 자유롭게 거니는 이 곳은 국가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관광객은 사슴 센베이를 구입해 직접 먹이를 주며 정원에서의 사색과는 전혀 다른 교감의 시간을 가진다. 

사슴은 나라의 상징으로 예로부터 가스가타이샤 신사의 신의 사자로 여겨졌다. 현대에 와서는 관광객 체험을 넘어 도시 브랜드를 형성하는 핵심 아이콘이 되었다. 

사슴캐릭터가 새겨진 과자, 인형, 문구류가 도시 전역에서 판매되며 지역경제의 중요한 축을 담당한다. 관광객들은 정원에서 사색을 즐기고 사슴과 교감하며 기념품 소비로 이어지는 완결된 관광 동선을 경험하게 된다. 

정원이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입구라면 사슴공원은 나라를 기억하게 만드는 브랜드 자산이다. 이 구조 덕분에 나라현은 교토와 오사카 사이에서도 독자적인 관광 경쟁력을 유지한다. 
이스이엔과 요시키엔 그리고 사슴공원은 정원과 도시가 어떻게 결합할 때 더 큰 힘을 발휘하는지를 보여준다. 

정원에서 차경과 와비사비를 체험하고 사슴공원에서 교감하며 기념품 소비로 이어지는 하나의 동선이 나라 관광의 경쟁력이다. 

담양도 같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죽녹원에서 관방제림, 향교, 죽순 요리와 죽공예 체험, 지역문화유산으로 이어지는 연속된 관광 동선이 필요하다. 
정원이 독립된 울타리 안에 머무르지 않고 지역과 생활을 품어낼 때 국가정원으로서의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이스이엔은 차경의 정수, 요시키엔은 와비사비의 소박함, 사슴공원은 체험과 경제를 보여준다. 세 공간이 이어져 하나의 여정을 완성한다는 점에서 정원은 울타리 안의 풍경이 아니라 도시 전체와 함께 살아있는 존재임을 확인할 수 있다. 

죽녹원 또한 정원의 아름다움에 더해 지역과 호흡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김고은·김지헌 記者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담양곡성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