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양수발전 곡성의 마중물 될까?
‘천덕꾸러기’ 양수발전이 지역 경제를 살릴 대안적 에너지원으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의거한 신규 양수발전 사업자 우선순위 심사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한국수력원자력(합천)과 중부발전(구례)이 우선사업자로 선정됐고 적격기준을 통과한 동서발전(곡성), 한수원(영양), 중부발전(봉화), 남동발전(금산)도 예비사업자로 선정됐다. 이들은 2035년부터 양수발전소를 순차 준공할 예정이다.
곡성군은 양수발전이 날씨 상황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재생에너지 변동성을 보완하는 역할을 함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이 5.1GW로 전국 최대 규모인 전남 지역에 양수발전소 신설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곡성 인구는 1960년대에는 10만명이 넘었지만 현재는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40%이고 연간 출생아 수는 40명 대로 청년인구 비율이 취약한 인구 절벽 상태에 처해 있어 1조원 규모 양수발전소는 곡성군에 활기를 불어 넣는 계기와 함께 인구 유입과 일자리 창출의 중요한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곡성 양수발전소 예정부지는 보성강 지류에 위치해 있다. 이 부지의 장점은 유역 변동이 없는 것은 물론 생태적으로 1등급 지역이나 특별 관리 지역이 포함되지 않은 데다 수몰 지역 최소화이다.
여기에다 곡성 양수발전소 유치를 위해 주민들이 먼저 들불처럼 나섰다.
양수발전 예정부지인 고치마을에서 발전협의체를 구성하고 나서 주민설명회를 추진하는 상향식 의견수렴 방식으로 주민수용성을 확보했으며 곡성군과 곡성군의회에서 양수발전소 유치에 따른 대응 여건과 전략을 분석해 효율적인 일자리와 주거정책을 수립하고 관광과 농업 활성화 방안을 모색했다.
특히 곡성군은 양수발전소가 지방소멸위기를 극복하는 하나의 방안이 될 것으로 보고 역량을 집중했다.
양수발전 유치에 성공함에 따라 475억원의 지역발전기금과 1073억원의 세수도 확보할 수 있으며 양수발전소 건설 시 1만여명 고용창출, 2조3000억원 생산유발효과, 1800억 지역 경제 부양 효과도 기대된다.
여기에다 곡성군은 양수발전소 주변에 리조트 등을 추가 유치해 섬진강기차마을 등을 잇는 관광벨트를 형성해 시너지를 낼 계획도 수립 중이다.
이에 본지는 5회에 걸쳐 국내 양수발전 선진지역인 전북 무주와 경남 산청을 비롯 1907년 스위스 샤프하우젠 엥게바이어(Engeweiher) 저수지에서 세계 최초로 양수발전을 시작한데 이어 최근 전기자동차 배터리 40만 대에 해당하는 양의 전기를 저장하는 양수발전소 낭트 드랑스, 룽게레르제, 뚤레주를 찾아 탐사보도를 통해 양수발전이 지역경제와 재생에너지의 키워드 역할에 기여 할 계획이다.
양수발전 왜 필요한가?
재생에너지가 증가함에 따라 간헐성과 변동성이 전력시장에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예상치 못한 일기의 변화로 인하여 태양광과 풍력발전이 늘어남에 따라 계통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가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한낮에 잘 비추던 태양광이 구름이 끼거나 비가 오면 초 단위로 다른 발전원이 급속히 대체해야 한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양수발전이다.
전력이 남아도는 시간에 상부댐에 물을 가두었다가 갑자기 전력이 필요한 타임에 급속 발전이 가능한 유일한 전원이기 때문이다.
에너지 저장장치의 역할과 예비력 자원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값진 발전원이다.
과거에는 원자력과 같은 경직성이 높은 기저발전의 저부하 시간대의 전력을 활용하여 에너지를 저장하고 고부하 시간대에 발전하여 수급 안정성 및 계통의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주로 했던 양수발전이 재생에너지가 증가함에 따라 변동성 대처 발전원으로 새로운 각광을 받고 있다.
전력 수급 미스매치 위기는 급격한 재생에너지 설치 일변도 정책적 실패에 기인한다. 재생에너지 설치만 몰두하다 보니 계통연결은 미비해지고 변동성에 대비한 예비력 자원은 부족한 실정이다.
이러한 전력 계통의 위기는 전문가들이 지속적으로 문제점을 제기하였으나 대비가 불충분하였고 문제점들이 하나하나 사회적 비용 증가로 이어지는 실정이다. 인버터도 달았어야 했고 양수발전 같은 저장장치도 동시에 증가하여야 했고 송배전망 건설을 보면서 속도를 조절했어야 했다. 이제는 발전이 되어도 전력시장에 팔지 못해 손실이 쌓이고 있어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이같은 전력계통에도 양수겸장의 멀티플레이어가 있다. 바로 양수발전소.
다른 발전소들이 전기를 생산하는 역할만 하는 반면 양수발전소는 두가지 역할을 한다. 전기가 남을 때는 양수(揚水)를 통해 물을 상부댐으로 퍼 올리고 전기가 부족할 때는 다시 이 물을 하부댐으로 떨어뜨려 발전(發電)을 한다. 일종의 배터리 역할을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1970년대 원자력과 대형 화력발전소를 건설하며 대규모 발전소의 이용률을 높이고 전력계통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양수발전소 건설을 추진했다. 경제적이면서도 대량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양수발전이기 때문이었다. 이후 1980년 청평양수를 시작으로 삼랑진, 무주양수가 차례로 건설됐다. 2000년대 이후에는 신재생 전원 확대에 따른 전력계통 안정운영의 문제점이 대두됐다.
전기는 수요와 공급이 실시간으로 잘 맞아떨어져야 하는데 태양광이나 풍력발전은 실시간 전력수요의 변동에 따라 발전량을 조절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예비력 자원의 추가 확보가 필요해 산청, 양양, 청송, 예천양수가 추가로 건설되어 운전되고 있다.
양수발전이란?
전력업계에 따르면 전기는 수요에 맞춰서 생산량을 늘리는 방식으로 생산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원자력, 석탄화력 발전이 기저발전 역할을 한다.
기저발전은 정비 기간 외에는 하루 24시간 계속 발전기를 가동한다. 전력수요가 기저 발전량을 초과하면 중유나 천연가스 등 생산단가가 비싼 발전소를 순차적으로 운용하게 된다.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는 날씨에 따라 전력 생산량이 달라진다.
이 때문에 전력수요가 적은 시점에서 전기를 저장했다가 높아지면 송출하는 '전력 저장'이 중요한 상황이다. 전기를 저장하는 방식으로는 대형 배터리를 사용하는 에너지저장시스템(ESS, Energy Storage System)가 있지만 가격이 비싸고 기술적 완성도가 높지 않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또 다른 전력 저장 방식인 양수발전소가 주목 받고 있는 상황이다.
양수발전은 다른 발전 시설에서 생산한 잉여 전력으로 하부댐의 물을 상부댐까지 끌어올렸다가 전력 수요가 많은 시간대에 물을 흘려보내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 방식이다.
한동안 산림을 훼손하고 농작물 피해를 유발하는 기피시설 취급을 받았지만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에 근거한 경제 지원, 시설 공사에 따른 경제 효과가 기대를 모으면서 지자체들이 앞다퉈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원자력발전소의 잉여 전력 해소 수단’이란 부정적 시선도 눈에 띄게 개선됐다.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확대를 뒷받침하는 ‘대규모 청정 에너지 저장장치’라는 재평가 덕분이다.
실제로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의 불안정성을 극복할 수단으로 양수발전을 재평가하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기상 조건이 좋을 때 태양광·풍력이 만들어낸 잉여 전력을 ‘위치에너지’로 변환해 저장하는 대규모 저장장치 구실을 양수발전이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피시설에서 선호시설 전환
통상 발전소는 세울 때마다 주민 반대·환경 문제 등을 앞세운 '님비(NIMBY·Not in my backyard)'에 부딪혀 좌절되는 경우가 많다. 원주민은 이주해야 하고 발전소 건설 과정에 환경파괴도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수발전소는 상황이 다르다.
양수발전소 선정과정에서 곡성을 비롯해 지자체들은 유치전에 사활을 걸었다.
여기에 지역소멸 위기에 몰린 지역에서 지원금, 일자리 창출이라는 효과를 불러드린다는 점에서 기피시설에서 선호시설로 거듭나고 있다.
양수발전소 건립에는 최소 1조원 이상의 대규모 사업비가 투입된다. 양수발전소를 유치할 경우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특별지원사업비, 기본지원사업비, 사업자지원사업비 등 지역발전 지원금을 확보하게 된다. 여기에 해마다 재산세, 지방소득세 등 장기적인 세수 확보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양수발전소 건설로 지역민 신규 일자리 창출도 기대한다. 발전소와 연계한 관광지 개발로 지역경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전북 무주군에 설치·운영 중인 양수발전소에는 연간 홍보관 15만명, 와인굴 20만명, 상부 저수지에 20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내의 양수력발전소는 16기가 운영 중인데 총용량은 4700MW로 국내 전체 발전 설비 용량의 4.4%가 된다고 한다. 탄소 중립을 지향하는 시대에 주목받는 발전이며 전력의 백업 설비로서 에너지저장 장치(ESS)의 역할을 하여 세계적으로 양수발전소는 증가 추세에 있다.
양수발전이 장점만 갖고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양수발전소의 최대 가동률은 25% 정도여서 1조원 이상의 건설비용을 대비하면 발전단가가 높은 편이라는 지적도 있다. 또한 양수발전 건설 공사 과정에서 산지에 S자형의 도로를 굽이굽이 설치하면서 상당한 산림 훼손은 피할 수 없으며 자연스러운 물의 흐름을 통제하여 하천 생태계 파괴와 수질 오염 발생 문제점도 내포하고 있다.
이처럼 동전의 양면 같은 존재인 양수발전은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필수 발전시설로 에너지 저장장치를 확대해 안정적인 전력망 체계를 구축하는 수단 가운데 하나이고 미래 전력 수요에 대응하면서 脫 석탄을 하려면 에너지 수요 조절 방안과 전원 구성 비율, 백업 전원 수단 등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는 정부 차원의 연구가 필요하다.
여기에다 태양광발전 등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따른 환경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양수발전이 더 견고해지고 정교해져야 하고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필요한 재생에너지 보급이 확대됨에 따라 신규 양수발전소 건설이 적기에 이뤄져야지만 미래에 대응할 수 있다.
양수발전소 유치 위한 곡성군의 노력
곡성군은 청년인구 비율이 취약한 인구 절벽상태가 지속하는 가운데 1조원대 양수발전소는 인구유입과 일자리 창출로 새로운 도약을 위한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곡성군의회와 함께 양수발전소 유치에 따른 대응 여건과 전략(SWOT) 분석 후 효율적인 일자리와 주거정책을 수립해 관광·농업 활성화와 인구유입을 위한 기본계획을 세웠다.
지역주민들도 사업 의사 타진 단계에서부터 자발적으로 양수발전 유치 의사를 밝히고 300명 규모의 범군민 추진위원회까지 구성해 유치 여론을 만들어 갔다.
곡성 양수발전소유치범군민추진위원회는 양수발전소 유치를 위한 의용소방대·이장단 등과 결의대회를 개최하는 한편 귀성객을 대상으로 양수발전소 홍보활동을 이어 나간 것을 비롯 심청 어린이 대축제에서 양수발전소 홍보관을 운영, 미래세대의 주인공인 어린이와 부모를 명예회원으로 모집하는 등 양수발전소 유치를 위해 의기투합 했다.
특히 곡성군은 곡성군의회·한국동서발전㈜ 등과 '신규 양수발전사업 유치 공동협력'을 위해 업무협약을 체결, 곡성양수발전소(500㎽) 유치를 위한 공동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전력 수급 안정과 신재생 에너지 보급을 위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을 약속했다.
이는 지난 2019년 유치 실패를 경험했기 때문에 경쟁중인 다른 자자체 보다 절박했고 그만큼 추진 동력도 풍부하다고 자부했다.
이같은 노력이 헛되지 않아 양수발전 유치에 성공한 곡성군은 지난 3월 20일 ‘곡성 양수발전소 건설추진사무소’ 개소식을 가졌다.
‘곡성 양수발전소 건설추진사무소’는 주민들의 왕래가 많고 지역 상권의 중심지인 기차마을 전통시장 인근에 둥지를 틀고 주민의 의견수렴과 양수발전소 홍보 등 주민 체감형 소통 활동을 이어 나가는 창구로 활용될 예정이다.
특히 정부의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맞춰 2036년 이내에 사업이 완료될 수 있도록 행정지원을 비롯한 사업부지 인허가 등 개발에도 속도를 높일 계획이며 수몰 예정지역 주민들과 지속적인 소통과 협의를 통해 각종 지원사업 추진에도 최선을 다할 방침이다.
곡성양수발전소 관계자는 “군민 모두가 애향심과 군정 발전을 위한 신념으로 똘똘 뭉친 결과 지난해 12월 곡성군 사상 가장 큰 1조4000억원 규모의 국책사업인 양수발전소 유치에 성공했다”며 “건설추진사무소 개소를 시작으로 일자리 창출과 관광벨트 연계 등으로 지역과 상생하는 곡성 양수발전소가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장명국 정종대 記者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