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스위스 양수발전소를 찾아
글로벌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세계 경제에 인플레이션 공포가 짙게 깔렸지만 비교적 느긋하게 상황을 지켜보는 나라가 있다.
바로 스위스.
국경을 맞댄 모든 이웃 나라들이 고공비행하는 물가에 비명을 지르고 있지만 스위스는 이런 상황에서 한발 물러나 있다. 1차적으로는 스위스 통화가 강세를 보여 수입 물가를 억누르고 있어서지만 스위스의 낮은 화석연료 의존도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스위스의 에너지 수급 현황도 주효하다는 평가다.
스위스는 호수와 강, 산이 많은 지형 덕에 양수발전으로 전기의 57%를 생산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양수발전에 이어 원자력과 태양광·풍력 순으로 전기를 만들고 천연가스와 석유 발전 비중은 0.91%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고물가를 겪는 독일의 화석연료 발전 비중은 43.4%, 이탈리아는 57.0%, 미국 60.2%, 한국 65.6%다. 화석연료 의존이 물가 관리 리스크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스위스의 높은 에너지 효율도 에너지가 폭등 영향을 상쇄시키는 요소다.
비영리기구 유럽에너지효율경제위원회(ECEEE)의 평가에서 스위스는 유럽에서 에너지 효율이 가장 높은 나라로 평가됐다.
스위스는 에너지 효율 덕에 소비자물가지수(CPI)에서 에너지 비중이 5%에 불과해 미국(7%)이나 독일(10%)에서보다 소비자들이 화석연료 가격에 덜 노출된다는 의미.
엥게바이어
스위스를 에너지 강국으로 만든 원천은 양수발전.
전 세계에서 양수발전이 처음 만들어진 곳은 스위스다. 1907년 스위스의 샤프하우젠 엥게바이어(Engeweiher) 저수지에 건설된 이후 1929년 미국에서 로키 리버 양수발전이 만들어졌고 우리나라는 1980년 처음으로 400메가와트(MW) 규모의 청평양수가 들어섰다.
엥게바이어는 19세기 중반에 취리히시의 도시개발 계획의 일환으로 조성됐다.
원래는 습지였던 지역을 정비하여 인공 호수를 만들었는데 이는 도시 확장과 인구 증가에 따른 필요에 의해 이뤄진 것.
초기에는 주로 농업용수 공급과 도시 물관리를 위해 사용됐으나 점차 시민들의 여가와 휴식공간으로 변모해 20세기 중반 이후에는 자연보호와 생태교육의 중심지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양수발전의 시조새 같은 엥게바이어 저수지는 수력 발전과 양수발전에 사용되고 있다.
라인강을 하부저수지처럼 사용해 웅장함과 유속에 대해서는 경이감을 표할 정도이나 야트막한 오솔길을 걸어 나가 목장부지에 다다르면 이곳이 상부 저수지가 맞나 할 정도로 지극히 소박한 규모의 저수지와 조우하게 된다.
세월의 흔적이 켜켜이 묻어나는 목조건물에서 인류 최초의 양수발전 시설이라는 것임을 확인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호수의 크기는 약 0.5ha로 비교적 작은 규모로 도보로 한 바퀴 도는데 약 20~30분 정도 소요될 정도로 아담하다.
그러나 상부저수지가 지역사회에 끼치는 영향은 상상 그 이상이다.
저수지 주변에는 다양한 식물종이 서식하고 있다. 호수 주변 녹지대에는 여러 종류의 나무, 관목, 수생식물이 공존하고 있는 등 다양한 생태계를 만들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여러 종류의 조류와 양서류, 수서 생물이 서식하고 있는데 계절마다 아양한 물새들이 이곳을 찾아 이를 관찰하려는 탐조객들이 활동도 활발하다.
여기에다 취리히시와 지역 환경단체들은 상부저수지 생태계를 보존하고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과 정책을 시행중인데 이들이 추구하는 목표는 지속가능한 환경관리이다.
특히 최근 들어 풍력 및 태양광 에너지의 변동성을 보완하는 중요한 역할은 기본이고 중요한 관광명소로 많은 방문객들이 자연의 아름다움을 즐기기 위해 발길이 끊이지 않아 지역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환경보호와 레크레이션 기회 제공을 통한 지속가능한 관광의 구심점이 되고 있다.
낭 드 드랑스(Nant de Drance)
낭 드 드랑스 발전소 건설 작업은 2008년에 시작, 2011년 7월에 프로젝트가 수정되어 용량이 600MW에서 900MW로 증가하고 상부댐이 세워졌다.
프로젝트를 위한 기계 동굴은 2014년 3월에 완전히 파헤쳐졌고 Vieux Emosson 댐을 높이는 작업은 2014년 9월에 완료하고 2019년 11월에 흡기 밸브가 처음으로 열렸으며 2020년 5월 터빈이 처음으로 가동되면서 스위스 양수발전의 신기원이 탄생했다.
2008년 착공해서 완공될 때까지 22억 스위스프랑(약 2조9000억원)이 소요된 '낭 드 드랑스(Nant de Drance)'는 거대한 배터리처럼 작동한다. 전기자동차 배터리 40만 대에 해당하는 양의 전기를 저장하는 약 2000만kWh(킬로와트시) 전기를 저장할 수 있는 용량으로 스위스와 유럽의 에너지 그리드를 안정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낭 드 드랑스 주주들이 양수 발전소 건설에 약 22억 스위스프랑을 투자한 것은 미래 전력 공급 문제를 해결하려는 장기적인 비전과 의지가 바탕을 이룬다.
수요에 따라 900MW 발전소는 매우 짧은 시간 내에 대량의 에너지를 생산하거나 저장할 수 있는 장점은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유연성에 대한 수요 증가로 인해 전력 생산의 변동성이 점점 커지는 상황에서 이러한 유연성이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낭 드 드랑스가 제공하는 에너지는 전기 생산과 소비 간의 단기 차이의 균형을 맞출 수 있기에 유럽 전력망의 안정성과 스위스 내 공급 보안에 결정적인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에모손(Emosson) 저수지와 비외 에모손(Vieux Emosson) 저수지 사이의 지하 600m 동굴에 위치한 6개의 터빈은 최대 900MW(메가와트)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이는 지하 600m(미터)에 위치한 발전기에서 한 번에 최대 90만 가구까지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할 뿐 만 아니라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펌프 저장 공장 중 하나다.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양양의 양수발전소가 100메가와트임을 감안하면 상당히 큰 규모로 원전 9기에 필적한다.
수요가 몰릴 때 낭 드 드랑스는 수력 발전으로 전기를 생산한다. 그러나 풍력이나 태양광 발전소의 생산량이 수요를 초과해 남으면 낭 드 드랑스는 잉여전기를 저장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기저발전에서 남는 전기를 이용해 야간에 하부댐의 물을 상부댐으로 끌어 올리는데 사용한다. 이렇게 되면 전체적인 발전 효율도 높아질 뿐만 아니라 기저발전인 원전이 고장 나거나 전력계통에서 돌발적인 사고가 났을 때 대처가 가능해 전력 수급을 안정화 시킬 수 있다.
낭 드 드랑스 양수발전소는 펌프 모드에서 발전 모드로 전환하는 데 5분도 걸리지 않는다. 초당 360입방미터에서 터빈을 통과하는 물의 양은 여름에 제네바를 통과하는 론(Rhone) 강의 물 흐름과 맞먹는다.
낭 드 드랑스 양수발전소는 큰 터빈 한두 개로 이뤄진 기존 양수 저장장치와 달리 150㎿ 규모 6개 터빈으로 구성돼 있고 특히 최신 기술인 가변속 기능을 갖춰 전력 저장과 출력에 유연성을 극대화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유연성을 바탕으로 하루에 1회 충전과 방전을 수행하는 기존 정속 양수 저장장치와 달리 시장 상황에 맞춰 하루에 평균 5~6번 충전과 방전을 하고 있다.
양수 저장장치가 가장 훌륭하게 제공하는 2~4시간 이상의 장주기 전력 저장장치 역할을 20시간까지 충실히 수행하면서 반응 속도가 매우 빨라 초단주기 저장장치로서 주파수 조정용 시장에도 적극 뛰어들어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가변속 저장장치의 최근 기술은 출력뿐만 아니라 저장에서도 속도, 즉 결국 용량을 유연하게 변화시켜 저장과 출력을 수행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이다.
이같은 낭 드 드랑스 양수 저장장치는 기본적으로 전력 도매 요금이 저렴할 때 전력을 충전했다가 전력 도매 요금이 비쌀 경우 판매해 수익을 올리고 있다.
특히 유럽 전력 시장에서는 재생에너지가 많이 생산되고 수요가 적을 때 마이너스 가격(Negative Pricing)이 적용돼 발전소가 전력을 만들면서 오히려 돈을 지급하고 있다.
이러한 경우 낭 드 드랑스 양수 저장장치가 전력을 구입하면서 오히려 보상받는 구조다. 이처럼 유럽 전력망의 안정성을 높여 스위스에 전력을 유연하게 공급해주는 역할을 하면서 상당한 경제적인 효과를 내고 있는데 재생에너지가 늘어나면서 낭 드 드랑스 양수 저장장치 역할은 계속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虛言이 아니다.
스위스는 필요할 경우 전력 절약을 위해 점점 더 엄격한 조치를 단계적으로 취할 계획이다. 스위스는 극단적인 시나리오에서 전력 사용량을 최대 30%까지 절약하도록 약 3만개 기업에 명령할 수 있고 최후의 수단으로 베른은 전력망의 일부를 폐쇄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낭 드 드랑스 양수발전소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낭 드 드랑스가 단순하게 전기만 생산하는데 만족하고 있다면 오산이다.
전설적인 몽블랑의 웅장한 파노라마와 마주하는 고도 1965m에 있는 자연장소로 3개의 독특한 철도 시스템이 관광객의 지갑을 노리고 있다.
어린이를 위한 공룡트랙을 보는 코스를 비롯 시골과 놀라운 자연경관을 즐기려는 이들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는 것. 샤텔라드 퍼니큘러 철도는 두 대의 파노라마 객차가 관광객을 87%의 최대 경사로를 가진 놀라운 수직여행으로 데려가는데 이는 세계에서 가장 가파른 곳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으며 산비탈과 구불구불한 숲과 터널을 통해 낭 드 드랑스 상부댐으로 관광객을 실어 나르는 파노라마 트레인은 부키 협공을 바라보며 몽블랑 미사프의 멋진 풍경을 만끽하는데 기여 하고 있다.
또 미니푸닉은 호수를 내려다보는 개방된 곳으로 데려다주는 철도로 라 귀울라즈 성당을 연결하는 허브역할도 담당하면서 관광 수입 확대에 제 역할을 다하고 있다.
여기에다 버티컬p 카페와 파노라마 레스토랑 에모손에서 빼어난 경치와 현지의 맛을 즐기고 아이들의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게 한 것을 비롯 낭 드 드랑스 양수발전소의 3개 발전 축인 에모슨댐, 뷰-에모슨댐, 바버린댐을 조망할 수 있는 것도 이곳을 찾는 이만이 누릴 수 있는 혜택임이 분명하고 브란치스 빌리지에서 식물의 마을, 오두막과 직조된 나뭇가지 조각들의 매혹적인 광경은 마법의 세계에서 선과 같은 경험을 즐기는 구심점이 되고 있다.
또 투박한 풍경과 숨 막히는 파노라마를 자랑하는 발뤼 뒤 드레엔트는 세계 최고의 하이킹 장소중 하나로 많은 이들의 도보여행에 대한 도전정신을 발현시키고 있으며 남다른 스릴을 즐기고 싶은 이들을 위해 마련한 짚라인 크래버스는 지상 200m의 댐을 따라 450m의 장엄한 경험은 이곳을 찾는 이들의 만족도는 물론 구전으로 다른 이 들을 불러들이는 집객력을 발휘하고 있다.
룽게레르제
렁거 호수는 1921년에 댐이 건설된 이후 전기를 생산하는 데 사용중이다.
190m의 순경사도를 거친 후 저수지의 물은 발전소에서 3개의 터빈을 구동하여 공공 전력망을 위한 전력을 생산하고 중앙철도를 운영하며 네 번째 터빈은 역압 작동으로 Melchtaler의 물을 터빈에 공급한다.
발전소는 Lungern 호수와 Giswil 계곡 바닥 사이의 경사도를 활용하는데 양수발전한 물은 Giswiler Aa를 거쳐 Sarnen 호수로 흘러간다 .
발전소는 길이 87m, 폭 26.5m의 지하 동굴 중앙에 위치해 각각 24MW의 출력을 가진 두 대의 기계와 50Hz 3상 네트워크를 공급하기 위한 한 대의 기계가 설치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중앙 철도에 공급하기 위한 6.5MW의 출력을 가진 기계도 설치되어 있다.
이는 발전소가 SBB의 고전압 네트워크에 공급되지 않고 Lucerne-Sarnen-Meiringen의 미터 게이지 철도 접촉선에 직접 공급 되는 견인력을 생성하는 유일한 발전소라는 것을 의미한다.
룽게레르제의 효용가치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룽게레르제 산악마을은 목가적으로 그림같이 자리잡고 있다. 에메랄드빛 호수와 산봉우리 사이에서 감탄하고 발견하고 경험 할 수 없을 정도로 셀수 없이 아름다움으로 계곡을 물들여 가는 자연과 더불어 이곳에 터를 잡은 이들도 가치있고 독특한 문화를 창조하고 있다.
농업과 임업은 오랜기간 생활 기반을 형성하는데 그치지 않고 삶의 터전이자 휴식처 이며 소득원의 가치를 구현하고 지속가능한 생태환경의 중요성을 각인시키고 있다.
이같은 정체성을 투영하듯 저수지 주변에는 연중 운영되는 캠프장이 위치하고 있다.
레스토랑을 포함한 완전하고 매력적인 인프라 덕분에 스위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캠프장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또 여름과 가을에는 다양한 하이킹 코스를 통해 멋진 산의 세계를 탐험할 수 있으며 겨울부터 봄은 눈을 사랑하는 이들의 핫플레이스로 등극한다.
스키, 스노보드를 비롯 겨울 하이킹 천국으로 휴양과 모험을 동시에 만족할 수 있다.
또 자연산책로에는 약 40개의 안내판과 5개의 대형털탑을 사용하여 방문객이 관심을 가질 만한 주제를 최대한 많이 보여주기 위한 노력을 엿 볼수 있다.
약 2.5km 길이의 산책로에는 나무와 관목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더불어 사냥감과 새의 모습이 전시되어 있으며 보호림의 보호기능과 수력공학에 대해서도 설명되어 있으며 계류, 임업 및 목재 건설에 대한 조치 등 산책로를 걷는 이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장명국 정종대 記者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